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3년 전 워싱턴 D.C.는 지역 어린아이들에게 무료로 책을 배달해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워싱턴에 거주하는 5살 이하의 아이들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3만3천여 명의 어린이가 매달, 자기 연령에 맞는 책을 받아보고 있다는데요.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성공 요인은 뭔지 워싱턴 D.C.의 한 가정을 찾아가 알아보죠.
“첫 번째 이야기, 태어나면서부터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워싱턴DC 무료 책 배달 서비스”
조슈아 클라크 씨의 아들 메이슨은 매달 특별히 기다리는 우편물이 있습니다. 우체부 아저씨가 왔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나가 책을 받는 메이슨. 아버지 조슈아 씨는 메이슨이 태어나기도 전에 워싱턴 D.C.가 추진하는 책 배달 서비스 ‘북 프롬 버스(Book from Birth)’ 프로그램에 등록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클라크]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부자간의 끈끈한 정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또 어릴 때부터 독서의 습관을 길러 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무료 책 서비스에 등록했습니다.”
조슈아 씨가 매달 새로운 책을 아들에게 읽어준 지 벌써 3년, 아들 메이슨에게서 독서의 영향이 벌써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클락] “제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와 함께 책에 나오는 단어를 반복하며 익히거든요? 그런데 메이슨은 책을 읽을 당시는 물론이고 나중에도 계속 그 단어를 반복해 말하고, 나름대로 응용해서 표현도 하더라고요. 독서를 통해 아이의 어휘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입니다.”
워싱턴 D.C.의 뮤리엘 바우저 시장은 조슈아 씨가 언급한 이런 부분이 바로 책 무료 배달 서비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뮤리엘 바우저] “어릴 때 집에서 책을 읽거나 노래를 통해 단어를 배운 아이들은 나중에 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런 경험이 없는 아이들보다 훨씬 풍부한 어휘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워싱턴 D.C.의 자랑이 된 ‘북 프롬 버스(Book from Birth)’ 프로그램을 제안한 사람은 젊은 아버지이자 D.C. 시의회 의원인 찰스 앨런 의원입니다.
[녹취: 찰스 앨런] “제가 처음 시의원에 당선됐을 때 제 딸이 2살이었습니다. 당시 딸 아이의 침실에 수십 권의 책이 있었죠. 그런데 문득 D.C.에 사는 모든 아이가 이렇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조기 교육과 독서 능력 향상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고요. 무료 책 배달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하게 됐습니다.”
메이슨의 엄마인 마거릿 씨 역시 이 프로그램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는데요. 특히 이중 언어로 된 책을 접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마거릿 파커] “전 우리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가르쳐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영어와 스페인어, 이중언어로 된 책을 받으니까 정말 좋아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며 스페인 단어를 가르쳐주죠. 자녀 교육에 있어 이중언어로 된 책은 매우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지역 내 아이들에게 무료로 책을 보급하는 프로그램은 조금씩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요. 가장 규모가 큰 대도시가 바로 워싱턴 D.C.라고 합니다.
워싱턴 D.C. 공공도서관을 관장하는 리처드 레이에스가벌런 국장은 지역 내 모든 가정이 이 프로그램의 동참하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많이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리처드 레이에스가벌런] “우리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읽기 수준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 이때 읽기 능력이 갖추어진 아이들이 졸업률도 더 높고, 진로도 더 잘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매달 다양한 책을 받아본 메이슨은 시에서 추진하는 이런 목표 달성에 벌써 동참하고 있는 셈인데요. 독서에 미래가 있다는 말이 이곳 워싱턴 D.C.에선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위한 무료 프롬 드레스 행사”
미국에서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중에 ‘세이 예스 투더 드레스(Say yes to the Dress)’라는 방송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웨딩드레스를 찾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인데요. 이 프로그램이 몇 년 전부터 미국 대형 백화점 등과 손을 잡고 ‘세이 예스 투더 프롬 드레스(Say yes to the Prom Dress)’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롬’이란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파티로 여학생들은 화려한 드레스에, 남학생들을 턱시도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파티에 참석하는데요. 바로 이 프롬에 참여할 학생들에게 드레스와 신발은 물론 장신구까지 무료로 선물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네요. 오는 5월부터 시작될 프롬 시즌을 앞두고 최근 미 동부 메릴랜드주에서 바로 이 프롬 드레스 찾기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녹취: 여학생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공주님이 된 것 같다고 좋아하는 여학생들, 설렘과 흥분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지역 한 백화점에 모인 200여 명의 학생은 지역 고등학교들에서 선발된 학생들인데요. 수백 달러에 달하는 드레스를 마음껏 입어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찾고 있습니다.
‘세이 예스 투더 드레스(Say yes to the Dress)’ 방송의 진행자이자 패션 전문가인 몬테 더햄 씨는 행사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몬테 더햄] “‘세이 예스 투더 프롬 드레스(Say yes to the Prom Dress)’ 행사를 진행한 지 벌써 8년째 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남, 여 학생들을 뽑아 그동안 성취한 것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는데요. 학생들 대부분은 가정형편 때문에 프롬 파티에 참석하지 못할 처지에 있던 아이들이에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이렇게 원하는 드레스와 턱시도는 물론 각종 장신구까지 마음껏 고르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다자 베일러 양도 행운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녹취: 다자 베일러] “제가 체격이 작아서 옷을 작게 입는데 여기 오니까 제가 입는 사이즈의 드레스가 엄청 많더라고요. 그 가운데서 이렇게 투피스 스타일의 드레스를 한번 골라봤어요. 예쁜 드레스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힘들었는데, 진짜 마음에 드는 걸 찾아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신발도 빛나는 은색 구두를 찾았는데 내 발에 딱 맞아요!”
학생들은 옷과 신발, 파티용 가방도 가질 수 있고, 미용 전문가들로부터 화장도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수천 벌이 걸려있는 드레스 방 옆에서 남학생들은 남성복 회사에서 제공한 턱시도를 입어보고 있는데요. 이 학생들은 워싱턴 인근 4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직접 선발한 학생들이라고 하네요. 크로스랜드 고등학교의 후원책임자인 린지 조셉 씨는 학생들의 선발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린지 조셉] “학생들의 이름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선생님들과 약 3시간 동안 의논을 했습니다. 학생들 가운에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우리는 몇 가지 항목을 정했습니다. 학교 출석률과 성적 그리고 가장 많이 향상된 학생, 이런 식으로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최대한 맞는 학생을 중심으로 뽑았습니다.”
내키샤 클라크 양은 자신이 뽑힐 줄 몰랐다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내키샤 클라크] “제가 뽑혔다니 정말 놀랍고요. 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뽑혔다는 말을 듣고는 제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니, 엄마, 친구한테 다 전화해서 자랑했어요.”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한 내키샤 양과 학생들. 평생에 잊지 못할, 최고의 고등학교 졸업 선물을 받게 됐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