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지 40여 일 만에 양국 정상이 모두 3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제재와 협상 방식에 대해서는 기존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의 양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두 3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 볼 용의가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전날 연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화답한 셈입니다.
이어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훌륭하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개인적 친밀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두 정상 모두 추가 만남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견해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 이전까진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제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 we want sanctions to remain in place, and frankly I had the option of significantly increasing them. I didn't want to do that because of my relationship with Kim Jong-un..."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제재는 그대로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제재와 관련해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면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과 관련해선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협상 방식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스몰딜 수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빅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d have to see what the deal is. There are various smaller deals that maybe could happen...But, at this moment, we’re talking about the big deal. The big deal is we have to get rid of the nuclear weapons.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한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기존 미 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셈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런 미국의 협상 방식을 "실현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고 반박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용의는 밝히면서도, 상대방에게 양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3차 정상회담에 대한 시간을 언급한 점도 눈에 띕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가 있다며 '빨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 could happen. A third summit could happen. And it’s step by step. It’s not a fast process; I've never said it would be. It’s step by step."
앞서 "몇 달 안에 추가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던 폼페오 장관보다 오히려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겁니다.
'속도 조절론'을 언급한 건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한을 정하기는 했지만 북한 측이 먼저 입장을 바꾸거나 회담을 제안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측 모두 일정 부분 한국 정부의 역할을 거론했지만 엇갈리는 이해관계에 따른 인식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빨리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외세에 의존하고 있다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중단하고,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