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암호화폐 시장이 북한의 해킹 공격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적절한 보안 체계는 구축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암호화폐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영국의 싱크탱크인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지적했습니다.
연구소는 ‘동남아시아 내 북한의 암호화폐 활동 대응 지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데이비드 칼라일 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 중이지만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북한의 해킹공격을 받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재무부에서 테러.금융정보 담당 전문가로 활동한 칼라일 연구원은 “북한은 수 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기만적인 금융 기법을 사용하는 등 제재 회피 기술을 펼치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의 암호화폐 사업자와 이용자 증가에 따라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우선 동남아시아 국가의 성장세에 주목했습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경우 암호화폐의 하루 거래량이 1백만 달러가 넘는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태국의 ‘바트’, 인도네이사의 ‘루피’, 베트남 ‘동’ 등의 통화는 비트코인과 교환된 상위 20개 통화에 포함된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개인이 100만 명이 넘을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온라인 접속자도 세계 5위권에 들어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아울러 주요 은행 서비스가 제한되는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암호화폐가 대체 결제 시스템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이와 같은 동남아시아의 성장 요소들이 암호화폐 해킹을 시도하려는 북한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할만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관련 규제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북한이 언제든지 해킹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최근 지속되는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움직임을 분석하며 동남아 시장 해킹 가능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UN 등의 감시를 받는 석탄, 의류 등의 수출입과 달리 암호화폐는 감시나 추적을 피할 수 있고 자금 세탁도 쉽기 때문에 북한이 암호화폐를 얻기 위한 활동량을 계속 늘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사치품과 같은 금수품목을 거래할 때 지불수단이나 기타 해외 송금수단으로서 암호화폐가 용이하다는 점도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이어갈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연구소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암호화폐를 얻기 위해 10차례에 걸쳐 해킹 등을 시도해 6차례 성공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은 5억 9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2017년 전 세계를 강타한 ‘워너크라이’ 입니다.
‘워너크라이’는 감염된 컴퓨터를 모두 암호화하고 비트코인을 내야만 암호를 풀어 컴퓨터 내 정보를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랜섬웨어 공격입니다.
북한의 해킹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우선 역내 위험을 평가해 불법적인 가상화폐 활동에 대한 취약성을 스스로 식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상 화폐 관련 위험을 줄이는데 필요한 부처간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역내 해당 국가들은 기관 간 협력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상 화폐 관련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사법 기관의 법 집행 지식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