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새 외교청서에서 대북 `최대 압박'이란 표현을 삭제하는 등 북한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의 주요 정치 현안인 납북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는 23일 발표한 ‘2019 외교청서’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이전의 강경한 표현을 삭제하거나 완화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던 표현을 삭제했고,“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최대 압박을 해야 한다”는 표현도 없어졌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도록 압박한다는 표현도 사라졌습니다.
대신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거듭된 촉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겠다는 어떤 실질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정권에 대한 강경 조치를 촉구하던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이렇게 유화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핵·미사일 문제와 함께 포괄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 등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고려해 새 외교청서의 용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또 일본은 납북자와 핵·미사일, 불행했던 과거 등 주요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베 정부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지난 11년 동안 유럽연합과 공동으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던 북한인권 결의안 작성에 올해는 참여하지 않는 등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이런 일본 정부의 변화에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은 새 외교청서에서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양국 지도자와 외교장관들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입니다.
외교청서는 그러나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 측의 부정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서는 그 예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최근 발생한 한국 해군 함정과 일본 자위대 초계기 갈등, 독도(다케시마)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일본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독도(다케시마)에 대한 일본 측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교청서는 외무성이 지난 1957년부터 발표하는 외교정책 백서로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일본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