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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개성공단 기업인들 9번째 방북 신청… “방북 불허는 정부 책무 포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제9차 개성공단 방문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제9차 개성공단 방문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설비 점검을 위한 9번째 방북을 신청하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오는 6월 초에는 미국을 직접 방문해 개성공단의 순기능에 대해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200여 명이 5월 중 공장 점검을 위한 아홉 번째 방북을 통일부에 신청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의 정기섭 위원장은 30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장 방문을 즉각 승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우리는 더 이상 희망고문을 견뎌낼 여력이 없다. 이제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됐고, 그동안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세 차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섯 차례 등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공장 시설과 자산 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단 한 번도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북한 방문 승인에 필요한 제반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승인을 유보한다며 방북을 불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은 재산권자로서 기본적인 권리 행사라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방북을 불허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 포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과연 우리 재산이 얼마나 망가졌고 얼마나 온전하게 보존되는지 걱정되고 궁금해서 가 보려고 하는 것을 정부에서 허용해 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참담합니다.”

특히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대북 제재 어느 조항에 해당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제재와는 무관한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언제까지 기약 없이 공단 재가동을 기다리면서 경영난을 견디라고 할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한국 정부는 공장 설비 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자주적으로 즉각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유창근 부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VOA'에, 그동안 정부와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확실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창근 부회장] “우리 협회의 회원들이 자꾸 동력을 잃어가니까 저희들이 추동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될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하는 겁니다.”

유 부회장은 그동안 여덟 차례 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더 신청하는 것이라며, 방북 승인이 날 때까지 계속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재산권자로서 공단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문창기업의 문인식 대표는 무엇보다 공장 내 설비가 어떤 상태인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인식 대표] “기계들이 우리가 지금 들어가서 다시 쓸 수 있는 상태인지 그렇지 않으면 망가졌는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 궁금하기가 짝이 없죠.”

문 대표는 기계가 자신의 손발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단이 폐쇄됐던 지난 3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며 기다려왔다며, 이제는 정부가 방북을 승인해 공장을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녹색섬유의 박용만 대표 역시 건물 상태와 기계설비 상태가 어떤 지가 가장 보고 싶다며, 하지만 낙관적인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용만 대표] “기계 장치 등 실제로 있는 물건들이 벌써 거의 4년 째 관리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도 많이 하고 있고 솔직히 말해서...”

박 대표는 입주기업들이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을 승인할 것인지 묻는 `VOA' 질문에, 한국 정부도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자산 점검 방북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살펴보며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정기섭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월 초순에 미국을 직접 방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어려움과 재개동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위원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개성공단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개성공단이 그동안 남북 간의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 또 국민 간의 이해 증진과 적대감 해소, 이런 것들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가? ...”

아울러 북한과 깊은 유대를 갖고 함께 일함으로써 북한이 시장경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이런 점들을 미국에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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