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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대북 식량 지원, 대화 모멘텀 유지 도움…비핵화 협상 재개 견인은 힘들 것”


한국 인천항에서 북한 남포로 향하는 미얀마 선적 화물선에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의류와 식량 등 인도지원 물자를 싣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인천항에서 북한 남포로 향하는 미얀마 선적 화물선에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의류와 식량 등 인도지원 물자를 싣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 정상의 전화통화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식량 지원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돌아오도록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8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상민 대변인] “국제기구가 북한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내부적인 검토와 관계기관 협의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사항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출범 초부터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은 개선돼야 하고, 이를 위한 인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공동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전날 밤 미-한 정상의 전화통화에서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필요성이 논의된 것과 관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이제 검토에 들어가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종류의 품목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 지원될지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단계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식량 지원 방법에 대해서도 국제기구를 통할지, 정부가 직접 지원할지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이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간 협상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식량 지원이라는 카드는 상당히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중간 징검다리로서는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도 한국의 식량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식량 지원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는 한국과 제재 완화를 원치 않는 미국, 식량이 필요한 북한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는 한국 정부가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 재개에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잘 모르겠어요,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북한은 미국에 자세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요. 미국이 거기에 응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위 전 대사는 미국과 한국 정상 차원에서 대북 식량 지원 문제가 언급된 만큼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자고 말했습니다.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인도적 식량 지원을 통해 북한과 계속 접촉을 유지하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긍정적이라면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 등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거나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정엽 센터장] “식량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것 때문에 북한의 태도가 변화해서 협상이 재개되거나 이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 센터장은 또 분배 과정의 모니터링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식량 지원의 조건을 북한이 수용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이고 미국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북한으로서는 그 정도를 받고 북 핵 문제 협의에 다시 돌아온다고 얘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도 무조건적인 식량 지원을 통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식량 지원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그리고 지금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일괄타결이고…"

김 교수는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며 협상 동력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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