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절반 이상이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동시에 정치군사적인 대결 상태에서도 북한과의 경제 교류와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의 절반 이상은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에 찬성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3일 발표한 ‘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 2019’ 에서, 응답자의 65%가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4일부터 25일까지 성인 1천3명을 대면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이번 조사에서 국제 제재에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은 5.4%에 불과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민태은 연구위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결과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견해가 확실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민태은 연구위원] “기본적으로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만간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은 4.3%, 장기적으로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은 23.3%에 그쳤습니다.
반면, 북한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72.4%로, 한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이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 연구위원은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가 크게 개선됐던 지난해에도 올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었다며, 상황 변화 여부와 관계 없이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회의적 인식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 제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면서 국제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원하면서도,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남북 간 경제 협력과 교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연구원의 민태은 연구위원은 한국 국민들이 제재 유지와 교류를 별개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민태은 연구위원]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그것이 북한의 고립이라든가 단절을 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고...”
아울러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거나 북한을 세계 무대로 이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로 제재뿐 아니라 교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의 생각을 바꾸고, 한국의 생각도 전달하는 수단으로 남북교류를 생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은 19.2%인 반면 긍정적 평가는 59%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지난해에 비해 약 15% 늘었습니다.
또한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51%가 개성공단 재개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62.7%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아울러 남북 간 스포츠와 문화 교류에 대해서도 75%가 확대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민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가 최근 북한의 두 차례 발사체 발사 이후에 진행됐더라도 결과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민태은 연구위원] “2016년 북한의 4차 핵 도발이 있고, 그러면서 개성공단 폐쇄하고 그랬을 때 조차도 우리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라든지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비율이 현재와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45.4%로 지난해에 비해 4.6%포인트 늘었고, 부정적 응답은 26.3%로 지난해(26.7%)와 비슷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정은미 연구위원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지지가 경제 교류와 협력에 대한 지지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건 상호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정은미 연구위원] “인도적 지원은 굉장히 일방적인 거예요. 우리가 주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우리가 뭔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한데 교류나 협력은 상호적인 것이란 말이죠.”
한편, 통일연구원은 올해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5.6%로 전년도(70.7%) 보다 5.1%p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통일 문제와 경제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해야 한다면 경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70.5%로 통일(8.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통일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성취해야 하는 절대적인 목표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