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붕괴 후 분리된 국가들의 비핵화 지원 입법을 주도했던 리처드 루거 전 미국 상원의원의 업적을 기리는 결의안이 미 상하원에서 공동 발의됐습니다. 지난달 말 별세한 루거 전 의원은 정계 은퇴 후에도 북 핵 해법을 적극 제시 했었는데요. 결의안에는 미국이 핵 보유국들과 핵무기 ‘감축’ 협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8일 87세의 나이로 별세한 루거 전 상원의원의 업적을 기리는 결의안이 지난 15일 상하원에서 공동 발의됐습니다.
상원에서는 제프 머클리 민주당 상원의원 주도로, 공화당의 토드 영 의원과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 등 총 11명의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결의안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하원에서는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 주도로, 의회 내 핵안보워킹그룹 공동의장인 척 플레이시맨 등 총 6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루거 전 의원은36년 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며, 1991년 소련의 핵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WMD 해체 방안을 담은 ‘넌-루거(Nunn-Lugar)법’을 샘 넌 상원의원과 함께 입안했습니다.
‘협력적 위협 감소 프로그램’, 일명 ‘넌-루거 프로그램’은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당시 통제가 어려워진 핵무기를 포함한 WMD를 관리, 감축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기술을 미국이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결의안에는 특히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핵 보유국의 핵 포기와 핵 과학자 재교육 지원이 이뤄지는 등 ‘평화적 핵 폐기’를 유도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미 정부는 4년 간 총 16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해 소련 해체 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이들 국가의 핵무기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이끌어냈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해법 제시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두 차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내며 미-북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계 은퇴 후에도 북 핵 해법을 적극 제시했었습니다.
특히 백악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루거 전 의원과 샘 넘 전 의원을 초청해 자문을 얻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넌-루거 프로그램은 ‘카자흐스탄’ 모델’로도 불리며 북 핵 해법의 하나로 주목 받았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선 ‘포괄적 비핵화 프로그램’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루거 전 의원] “We are at a point where it seems to me with North Korea in which we’ve not very gotten through how the denuclearization is to be paid for, who would minister it, who would have inspections…”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 사찰 주체는 누구고 핵 물질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한 포괄적 계획이 마련돼야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상하원 결의안에는 또 미국이 핵 보유국들과 핵무기 ‘감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원 결의안을 주도한 셔먼 의원은 그 동안 북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제한적 핵보유를 허용하는 하자는 소위 ‘부분적 비핵화’ 논리를 공개적으로 제기해온 인물입니다.
[녹취:셔먼 의원] “I do not think that Kim Jong Un will give up all of his nuclear weapons. If we could be in a circumstance where he has a limited number, highly monitored, weapons and he freezes his missile technology program, that would make America safer…”
김정은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감시를 전제로 제한된 수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대신 미사일 기술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할 수 있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한편 셔먼 의원은 이번 결의안과 별도로 지난 7일 ‘미-중 경제안보 검토’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에는 미 재무부가 중국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현황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셔먼 의원은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공화당 측 간사인 테드 요호 의원과 함께 중국 농업은행과 건설은행 등 중국 대형 은행에 대한 제재 부과를 트럼프 행정부에 공개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