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 국무부가 주관하는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에 한국의 탈북민 지원단체들이 참가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란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심적 외상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고문, 강간, 성폭행, 인질 사건, 소아 학대, 자동차, 비행기, 기차, 선박 등에 의한 사고, 그 밖의 대형사고 등을 겪은 직후나 시간이 지나서 발생하며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됩니다.
증상은 두통과 소화불량, 알레르기, 호르몬 변화에서부터 과민반응, 정상적 감정마비 증상 즉 분노, 피해의식, 수치심, 공포감 공황발작 등 다양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들 10명 중 3명이 이런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19일까지 3주 동안 진행된 미 국무부의 전문가 교환 프로그램은 난민 재정착과 PTSD의 치료와 관리에 초점을 뒀습니다.
미 국무부는 매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인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 (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 IVLP)’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산하 교육문화국(The Bureau of Educational and Cultural Affairs-ECA)이 시행하며, 지금까지 세계 각지의 전문가 5천 명이 미국을 매년 찾았고, 1940년 프로그램 창설 후 20만 명이 5백명 이상의 미국 관리, 전문가들과 교류했습니다.
방문자들은 3주에서 한 달 기간 동안 미국에 머물며 미 행정부 관리, 민간단체 지도자와 교류하며, 이를 통해 견고한 민간외교를 쌓을 기회를 얻습니다.
올해 한국에서는 참가자 5명 가운데 4명이 탈북민 지원 활동가들입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정은주 팀장과 평택하나센터 하용림 국장, 탈북민 청소년대안학교인 장대현 학교 교사인 정명희 씨, 그리고 북한인권 운동가인 이영석 씨입니다.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은 방문자들이 종사하는 분야를 고려해 적합한 주제를 고민하고 개발할 기회를 스스로 찾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3주 간 미국의 4개 주의 30여개 기관과 단체를 방문해 지역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체험했습니다.
2001년부터 올해로 18년째 탈북민 정착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영석 씨는 한국의 탈북민들의 PTSD를 재정착에 가장 큰 장애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영석] “문화에 접근했을 때, 장애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데 (PTSD가)큰 장애가 되는 거 같아요. 나라별 차이도 있겠지만,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해야 하는데 이 장애가 있으면 피한다 던지 과하게 대해서 소통이 안 되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포기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학교를 포기하거나, 직장을 포기하거나.. 학업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삶의 목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만큼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지원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미국의 선진화 된 난민 정착 지원 활동을 들여다보기 위해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이 씨는 미국의 난민지원단체가 PTSD 증상을 겪는 난민들을 대우하는 방식과 내용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영석] “의학적, 심리학적인 분석을 많이 하거든요. 진단해서, 이런 상처가 있어서 치유한다는 관점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전혀 달랐어요. 원인 분석은 둘째고, '당신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에 초점을 많이 두더라고요. (한국은) 하긴 하는데, 농도가 틀렸어요. 몽족이다라고 하면, 이 사람의 집에 집 자체를 전체적인 분위기를 몽족에 맞게 만들어 놓고.. 한국도 그렇긴 하지만, 환경까지 바꾸면서 하는 건 드물거든요. 그런 모습 보면서.."
난민지원단체의 대우를 받은 난민들이 자존감을 찾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도 봤습니다.
[녹취: 이영석] “미네아 폴리스에서 몽족 학교를 갔었는데, 학교의 95%가 몽족인 학교지만, 몽족 커뮤니티에서 출발했지만 지역 모든 사람을 케어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을 케어한다는 그런 생각. 우리가 난민이었을 지언정 지금은.. 아니다. 돌보는 사람들을 케어하기 위해 있다, 강인한 것들, 바르게 성장한 모습.”.
도움을 받은 난민들이 지역사회를 품는 모습은 한국 내 탈북민 사회 역시 추구할 모습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내 난민단체가 PTSD에 대해 조금은 과민한 해석을 하는 점은 한국과 달랐다고도 말합니다.
남북하나재단의 정은주 기획조정부 기획재정 팀장은 지난 15년 간 한국 내 탈북민 지원활동을 벌여온 경험이 있습니다.
정 팀장은 이번 연수 기간 동안 난민 지원기관과 단체들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업무환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 팀장이 VOA 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내 난민들은 정치적 억압, 빈곤, 생사를 넘는 탈출 등 경험들이 유사했고 이들을 대하는 실무자들의 심리적 무게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무자들 역시 난민들 못지않은 돌봄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정 팀장이 받은 인상입니다.
실무자에 대한 스트레스 측정, 심도 있는 워크숍, 무엇보다 난민을 마주하는 실무자와 단체의 관리자들의 관계부터 매우 인간적이며 심리적인 지지가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내 난민지원단체도 일부 실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들이나 상담가들에게 헌신과 봉사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장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네소타주의 기관과 단체의 실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성공적인 정착 지원 활동으로 이어지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영석 씨는 이에 더해 미국의 난민정착단체와 정부기관과의 ‘파트너쉽’ ‘도 난민 정착 활동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각 주의 지역 정부와 난민 지원단체들 간은 물론이고 지원단체들끼리도 안정적인 협업이 이뤄져 지역 난민들의 재정착을 효율적으로 돕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이영석] “의료 지원, 의료기관, 법률적인 건 법률기관과 함께 다양한 자원봉사자들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일하고 있었고, 신기했던 게, 몽족이나 다른 난민 서비스와 연계해서 경험을 공유하고..”
이 씨는 특별히 연계한 기관과 단체의 관계자들의 조직력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영석] “자기 할 일을 딱딱 역할분담해서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조직적으로 돌아 갔다는 생각을 했죠. 이렇게 때문에 파트너쉽이 되는구나.. 너무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다음 단계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이런 것들이 조직화 되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씨는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이해관계나 탈북민 확보에 치중하는 성향은 한국내 지원단체가 타 기관과 단체와 협업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씨는 담당자들이 각자가 할 일과 관여하지 않을 일 등 사소한 일도 역할을 분담하고 클라이언트 즉, 탈북민과 개인적 친분에 상관없이 단체 내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현재로서 실행에 옮길 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씨는 프로그램 참가 후 한국에서 3개 단체 실무자들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습니다.
참가자들은 난민 정착 지원 활동은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에 힘입은 준비된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난민들을 힘써 돌보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탈북민 영어교육단체 TNKR의 이은구 공동대표는 VOA에 지난 1년 동안 IVLP를 통해 배운 점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대표는 장기간 운영되고 있는 단체들의 특징은 대상자들의 목소리들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그들과 함께한 단체들이었다며, 이 점은 아직도 교훈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참가자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미국에서 방문한 기관들의 발전 과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지 실무자들과의 네트워크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워싱턴의 유대인학살추모박물관의 국제교육팀과 한국에서 워크숍이나 강연회를 열자는 제안서를 보냈고 답을 받아 놓은 상태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