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선거가 지난 5월23일부터 26일까지 28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각각 치러졌습니다. 선거 결과, 기존 다수 정당연합 의석이 줄고 자유주의와 녹색당, 그리고 극우주의 성향을 가진 정치세력이 약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변화하는 EU 내 정세와 각국의 정치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번 시간에는 ‘유럽의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럽의회의 역사”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만든 ‘일반 의회(Common Assembly)’에 연원을 둡니다.
일반 의회는 1958년 들어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위원회(Euratom)’도 포괄합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 회의(European Parliamentary Assembly)’로 이름이 변경됐다가 1962년 지금의 명칭인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로 바뀌었습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한동안 EU 회원국 의회가 직접 뽑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979년부터 회원국 주민들 직접투표로 선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회 의원의 정원은 모두 751명입니다.
“유럽의회의 기능”
유럽의회가 가진 권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입법권’과 ‘예산권’, 그리고 ‘감독과 통제권’입니다.
EU에서 법을 만드는 권한은 유럽의회가 독점하지 않습니다.
유럽의회는 먼저 일반 입법 과정에서는 EU 내 다른 조직인 각료이사회와 입법권을 공유합니다. 반면 특별 입법 과정에서 유럽의회는 자문이나 승인권만 가집니다.
유럽의회는 또 예산안에 동의하고 예산 집행을 통제할 권한을 가집니다.
유럽의회는 특히 예산통제권을 통해 집행위원회 기능을 감독합니다. 또 각료이사회 권고를 받아 특정 기간에 집행된 예산의 사용 방식에 대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유럽의회는 다른 EU 조직들을 상대로 한 감독 기능도 수행합니다.
유럽의회는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위원장과 집행위원 27명으로 구성되는 집행위원단 전체를 승인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습니다. 1994년 이래 집행위원장 지명자는 유럽의회가 여는 청문회에 참서해야 합니다.
거기에 각료이사회와 회원국 정상들이 모인 유럽이사회 활동도 감독하는 기능도 유럽의회에 있습니다. 유럽이사회는 유럽중앙은행 총재, 부총재, 집행위원회를 임명하기 전 이를 반드시 유럽의회와 협의해야 합니다.
“유럽의회 조직 - 의원과 보좌관”
유럽의회 조직은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의원과 보좌관을 들 수 있습니다.
유럽의회 의원은 인구에 비례해 회원국별로 수가 미리 할당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독일이 96명으로 가장 많고 작은 나라인 몰타와 룩셈부르크, 그리고 키프로스가 6명으로 가장 적습니다.
5년마다 치르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원을 뽑는 방식은 회원국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직접선거와 비례대표 원칙은 공통으로 유지됩니다.
“의장과 사무국”
유럽의회는 의원들을 대표하는 의장 1인과 그를 대행하는 14명으로 구성된 부의장단을 두고 있습니다.
의장은 의원들 비밀투표로 선출되며, 의장에 입후보하려면 한 개 정당연합이나 혹은 최소 의원 40명으로부터 추천받아야 합니다.
유럽의회 의장은 의회 내 정당연합을 대표하고 의회 최고 책임자로 여러 권한을 갖습니다.
유럽의회는 또 의장과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도 두고 있습니다.
“정당연합과 상임위원회”
유럽의회 의원은 해당 회원국 선거법에 따라 선출되지만, 선출된 의원들은 유럽의회에 와서 비슷한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정당연합을 만듭니다.
현재 유럽의회에는 정당연합이 모두 8개가 있습니다.
1979년 유럽의회 의원을 회원국 주민들이 직접 뽑기 시작한 뒤 현재까지 다수는 ‘기독민주(Christian Democrat)’, ‘보수주의(Conservative)’, ‘사민주의(Social Democrat)’, ‘자유주의(Liberalist)’ 등 주로 중도노선을 걷는 정당 출신이었습니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정당연합인 ‘EPP’가 179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또 사민주의자 연합인 ‘S&D’가 153석으로 2위, 그리고 3위는 자유주의 세력인 ‘ALDE’로 모두 105석을 차지했습니다.
그 외에 녹색당 연합인 Greens가 69석, 대중영합주의 세력인 EFD가 54석, 극우세력 연합인 ENF가 58석으로 약진했습니다.
물론 유럽의회 의원은 어떤 정당연합에도 속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의원들은 또 정당연합 외에 전문화된 '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s)'에 소속돼 활동합니다. 현재 유럽의회에는 상임위원회 20개가 있습니다.
“대표단과 재무관”
유럽의회 안에 설치된 대표부는 EU 비회원국 의회와의 관계를 지원하고 이들 나라와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부는 ‘의회공동위원회’, ‘의회협력위원회’, ‘의회 간 대표부’, 그리고 ‘다자간의원총회대표부’ 등 네 가지 형태로 분류되고 현재 총 44개가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로버트 번스타인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로버트 번스타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 창립자입니다.
세계적인 인권 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를 만든 로버트 번스타인 씨가 지난 5월 27일 96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번스타인 씨는 1923년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944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조종사로 인도에서 복무했습니다.
군에서 나온 번스타인 씨는 방송국과 호텔 등에서 일하다가 1956년 랜덤하우스 출판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1966년 랜덤하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됐고, 랜덤하우스는 번스타인 최고경영자 체제 아래 세계 굴지의 출판사로 성장했습니다. 1966년 4천만 달러 정도하던 회사 매출은 번스타인 씨가 랜덤하우스에서 은퇴한 1989년 무렵 8억 달러로 커졌습니다.
번스타인 씨는 1970년대 미국 출판업계 대표로 소련 모스크바를 방문한 뒤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 등 소련 반체제 인사들을 만났고 이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위한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1975년 사상의 자유와 인권 보호를 강조한 헬싱키협정이 체결되자 번스타인 씨는 헬싱키워치, 아메리카워치, 그리고 아시아워치 등 비영리 인권 단체들을 창립했습니다. 이후 이들 조직은 1988년 ‘휴먼 라이츠 워치’란 단일 조직으로 통합됩니다.
번스타인 씨는 이후 1998년까지 휴먼 라이츠 워치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는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수호 공로를 인정받았고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인권 단체로 통합니다.
하지만 유대인이었던 번스타인은 말년에 자신이 만든 휴먼 라이츠 워치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9년 휴먼 라이츠 워치가 끔찍한 인권 침해를 자행했던 권위주의 정권이 통치하는 중동 국가들보다 이스라엘을 더 심하게 비난한다면서 결국 2011년 ‘어드밴싱 휴먼라이츠(AHR)’라는 단체를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번스타인 씨는 2016년 회고록 '자유롭게 말하기: 출판가와 인권 운동가로서의 내 삶'을 출간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유럽의회’, 그리고 뉴스 속 인물로는 최근 세상을 떠난 ‘로버트 번스타인’, 휴먼 라이츠 워치 창립자에 관해서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