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유엔 제재 위반으로 규정했습니다. 범위가 모호한 WMD를 언급함으로써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무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전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지난 28일 정례브리핑 논평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북한의 미사일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시사한 것이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평가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국무부는 그러나 북한이 이달 초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대량살상무기에 포함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도 해당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VOA의 거듭된 질문에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발언에 추가할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합동참모부가 올해 5월 갱신한 국방부 군사 용어 사전은 WMD를 “높은 수준의 파괴나 대량 살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 생물, 방사성, 혹은 핵무기”로 정의하면서 “해당 무기의 분리 가능한 운반 수단이나 추진 수단은 제외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이스칸데르급 탄도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대량살상을 유발할 수 있는 핵무기나 화학무기 탄두가 탑재되기 전까지는 대량살상무기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You don’t describe the ISKANDER as a Weapon of Mass Destruction until it has a warhead. If there is a warhead of a nuclear weapon or the chemical weapon that brings mass destruction. Nobody has really defined what the mass destruction is how the casualty is that occurred that entails
그런 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미사일이 도시에 떨어져도 대량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WMD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1995년 4월 168명이 사망한 오클라호마주 연방정부청사 폭탄 테러의 경우 비료의 일종인 질산암모늄이 폭발물 제조에 사용됐지만, 이 역시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다는 점을 애매모호한 정의의 예로 들었습니다.
다만 국무부 대변인 논평의 방점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찍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사일 자체는 ‘대량살상무기’에 해당되지 않지만, 관련 ‘운반체계’인 만큼 국무부가 문제 삼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을 ‘작은 무기’로 칭하고 한국 청와대는 평가를 자제하고 있지만, 이번 실험은 모든 형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국무부의 ‘모호한’ 답변에 대해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두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과 동떨어지지 않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북한이 모든 형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리려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무부가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면서 매우 모호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며, 북한의 이번 시험 발사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Well, I think the State Department is trying to represent the president and trying to deal with this very gray area and draw some lines, that they're not going to take the North Korean tests to the UN Security Council for further action”
미국 정부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모순되는 평가를 하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임스 앤더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WMD, 생화학 방어 담당 선임국장은 지난 2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에 대한 평가와 러시아 기술 유입 가능성’을 묻는 VOA질문에 “국무부 대변인 논평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북한의 실험에 대해서는 비확산체제의 준수를 요구한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녹취:제임스 앤더슨 선임국장]” I'll just point to the statements made by the State Department's Spokesperson Yesterday, Compliance to non-proliferation regime of the North Korean Test”
같은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애쉴리 국방정보국 국장은 북한의 핵개발 상황과 최근 발사한 미사일 평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김정은의 모든 전쟁 수행 역량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로버트 애쉴리 국장]” We continue to watch everything that has taken places very closely because again it gets back to ensure that when our policy makers or our senior makers go into these negotiations they have much more information about what those capabilities are what is being stated in the public form and what we may be understanding, in fact has not been disclosed”
그러면서 북한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포함해 되도록 많은 정보를 선임 정책입안자에게 제공해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답했습니다.
토마스 디나노 국방부 국방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 재래식 운반체계와 전략무기 간 핵탄두의 상호 운용 능력을 묻는 VOA의 질문에 “현재 북한과 상당히 어려운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