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북경협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남북경협을 추진할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남북경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의 남북경협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56.6%가 ‘남북경협에 관심이 높다’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관심이 크다고 높다고 응답한 기업의 67.6%는 실제 남북경협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남북경협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임을출 교수] “산업 전반에서 중국과 경쟁이 안되는 거예요. 중국 보다 우위의 경재력을 갖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을 해야 한다고 저는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임 교수는 남북이 협력하면 토지비용을 낮추고 인력도 이용할 수 있고 기술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의 이태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며 북한 시장이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태호 센터장] “새로운 시장을 보지 않고는 한국 경제가 나갈 수 있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 그런 단계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 시장은 저희들한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큰 시장이라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여론조사에서 남북경협에 관심이 높은 이유로 새로운 시장 개척(59.1%)과 증가하는 인건비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돌파구(17.2%) 마련 등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광길 변호사는 현재 강력한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광길 변호사] “결국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지지를 받지 않는다면 대북 제재의 정치적 성격 때문에 우리가 추진하는 것이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삼일회계법인의 이태호 센터장도 대북 제재를 먼저 푸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촘촘하다며, 이를 풀기 위한 정치적 타협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시장에 대한 자료가 충분해야 투자를 할 수 있는데, 북한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이 큰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태호 센터장] “그 상태에서 사업성 검토를 한다는 것은 사실은 그냥 상상을 하는 것이죠.”
이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공사비 추정이나 수요 추정이 어렵고 금융 조달이 가능할 지도 알 수 없다며,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사업 타당성 검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우건설의 문대웅 북방사업지원팀장은 정치적 위험 요인을 거론하면서 북한 핵 문제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북경협에서 이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의 국제화 같은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대웅 팀장] “개성공단에 대기업이 진출했더라면, 또는 주변국, 일본이나 미국, 중국이나 러시아가 투자했더라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경남대학교의 임을출 교수는 다시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타났던 중복 투자나 과당 경쟁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금 회수 방안이라며, 북한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 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교역과 관련한 남북 간 합의의 실질적인 이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남북 간에는 남북교역에 관련된 합의서와 법 제도적인 틀들이 상당 수준 구축돼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이행을 할 것인가, 이런 부분도 있고...”
임 교수는 또 남북 간에 통신과 통행, 통관 등 이른바 3통을 북한이 원활하게 보장을 해야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