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북 비핵화 협상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습니다. 시 주석은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인내심을 갖고 계속 미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20일 오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미-북 비핵화 협상 등 한반도 정세와 수교 7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등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는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미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과거 1년 간 북한이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유관국은 미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북한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서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는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현재 북한이 민생 개선에 중점을 둔 새로운 전략노선을 관철 중이라면서, 북한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더욱 배우고 싶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하며, 북한이 안보와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과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시 주석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9시10분 경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해 오전 11시40분쯤 순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순안공항에 시 주석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1만 명에 가까운 군중이 나와 꽃다발을 흔들고 환영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습니다.
시 주석 부부는 전용기 문을 열고 트랩을 내려와 공항에 직접 영접 나온 김 위원장 부부와 악수했습니다.
이날 공항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해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층이 대거 참석했고, 한때 숙청설이 돌았던 김영철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도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시 주석은 공항 환영식 후 오토바이의 호위 속에 평양 시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나와 양국 국기와 꽃을 흔들고 ‘조중우호’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시 주석이 도착하자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는 수 만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총 출동했습니다. 방북한 외국 정상에 대해 고위 간부들이 두 군데 장소로 나뉘어 영접 행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김인철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대화와 협상의 구도 하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대변인] “정부는 시 주석의 이번 북한 방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된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습니다.
시 주석은 방북 이틀째인 21일 김 위원장과 함께 북-중 친선의 상징인 조중우의탑을 방문한 뒤 중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중국 주석으로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또 시 주석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에 이어 북한을 방문하는 네 번째 중국 주석입니다. 시 주석 개인적으로는 부주석이던 2008년 6월 이후 11년 만의 첫 북한 방문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