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란이 미국의 새로운 제재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평화 관련 국제회의가 바레인에서 25일과 26일 진행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새로운 제재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5일 내각회의를 주재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백악관이 정신적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미국의 새 제재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하다 좌절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 상당히 수위 높은 표현이군요.
기자) 네, 더구나 로하니 대통령이 쓴 '장애'라는 말은 전문 용어가 아니라 이란에서는 거의 욕설에 가까운 어감을 지닌 단어라고 하는데요. 로하니 대통령이 주재한 이 내각회의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됐습니다.
진행자) 이란 외교부가 양국의 외교 관계가 단절될 것이다. 이런 위협도 했다고요.
기자) 네,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 후에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인터넷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요. 무사비 대변인은 트위터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다른 이란 관리들을 겨냥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양국의 외교 채널을 영구히 단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무사비 대변인은 또 무모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국제 메카니즘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이렇게 반발하고 있는 건 전날 내려진 미국의 제재 때문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에 대한 새로운 추가 제재를 단행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조치는 미군의 드론 격추 등 최근 이란의 여러 좋지 못한 도발적인 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는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 사무실, 또 다른 많은 이란인을 강하게 타격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미국은 이란이나 그 어떤 나라와의 충돌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혁명수비대 핵심 장성 8명을 '대테러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려놨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미국내 자산은 동결되고요. 중요한 금융 접근도 차단됩니다. 또 미국 재무장관에게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관리들, 이란 최고지도자실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조직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는데요. 이번 제재로 동결되는 미국 내 이란 자산은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입니다. 그런가 하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도 이번 주 후반 단행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최고 지도자는 말 그대로 국가의 최고 지도자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법부의 수장과 국영 언론 경영진, 헌법수호위원회와 국정조정위원회 위원,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군 장성 등 국가의 고위 요직을 사실상 모두 임명하는 권한이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의 적대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하메네이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형식상으로는 경제적 제재이지만 이란의 체재를 부정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이란의 현 갈등에 대해 국제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4일 긴급회의를 갖고 미국과 이란의 즉각적인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미국이 소집한 건데요. 안보리는 비공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성명을 채택하고 최근 발생한 유조선 피격과 드론 격추 사건은 국제 평화와 에너지 공급 체계를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우려스러운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제재 단행 후, 이란 정권이 핵 야욕을 버리고 파괴적 행동을 변화시키며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좋은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것을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의회 전문지 '더힐(The Hill)'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는 "미국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군사행동을 시작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군사행동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표는 24일, 협박하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이 계속 협박하는 한 이란과 미국은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바레인에서 중동평화 관련 국제회의가 시작됐군요.
기자) 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25일과 26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동 평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국제회의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트럼프 행정부가 오랫동안 구상해온 이른바 '번영을 향한 평화'(Peace to prosperity)로 명명한 중동평화 방안을 공표하고 중동 국가들의 협력을 구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평화 방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따른 정치적 부분은 일단 다루지 않고 있고, 이번 평화 방안은 경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중동 평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대규모 투자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를 통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률과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게 이 구상의 핵심인데요. 전체 투자 유치액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0억 달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점령지에 배정하고요. 그리고 나머지 75억 달러는 요르단, 90억 달러는 이집트, 60억 달러는 레바논에 배정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의 이런 구상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고요. 정작 중동 분쟁의 핵심 당사자들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중동 평화안의 일부 내용이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는데요.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구상은 이스라엘의 영토 점령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매수 전략'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기업인들만 파견했을 뿐 정부 관리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스라엘도 미국의 방안에 반대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평화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는데요.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제안이 공정하고 개방적이라고 들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제안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이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이를 철저히 거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조기 총선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국내 문제 때문에 이번 회의에 정부 관리들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다른 중동국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레바논과 이라크 등 중동의 주요 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평화 구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불참을 선언한 상황입니다. 이들은 미국의 중동 평화안이 팔레스타인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루살렘의 국제적 지위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 문제,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 요구와 같은 정치적 문제 해결이 우선시되어야만 평화 구상이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과정, 아직은 갈길이 먼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5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의 협조가 필요한데요. 이들 중동지역의 부자 나라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투자 약속을 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됐군요.
기자) 네, 이탈리아가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다시 동계올림픽을 치르게 됐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4일 스위스 로잔에서 총회를 열고 개최지 투표를 진행했는데요. 개표 결과,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두 도시가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뽑혔습니다.
진행자) 이탈리아와 함께 유치 경쟁을 벌인 나라는 어디였습니까?
기자) 스웨덴이었습니다. 스웨덴도 '스톡홀름'과 '오레' 두 도시를 내세웠는데요. 썰매 경기는 라트비아 경기장을 이용한다는 안이었습니다. 이날 투표에서 이탈리아가 47표를 얻었고, 스웨덴은 34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스톡홀름 시장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혼성 악단 '아바(ABBA)'의 노래 '댄싱퀸(Dancing Queen)'을 부르며 마지막까지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스웨덴은 지난 40여 년간 줄곧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했는데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반면 이탈리아는 동계 올림픽을 치르는 게 벌써 3번째가 된다고요.
기자) 네, 이탈리아는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제7회 동계 올림픽을 치렀고요. 2006년에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을 유치했습니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이탈리아 정부의 강력한 대회 지원 계획과 이탈리아 국민의 열렬한 유치 의지가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올림픽 유치는 정부나 두 도시만이 아니라 온 나라의 염원이고 꿈이었다"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코르티나담페초는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르게 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코르티나담페초는 2018년 기준 인구 6천 명이 채 안되는 아주 작은 도시인데요. 하지만 알프스 산맥의 남쪽, 돌로미티 산맥에 자리잡고 있어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밀라노 역시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데요. 패션의 중심지로 이탈리아 제2의 도시입니다.
진행자) 그럼 두 도시에서 나눠서 경기가 치러지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등 주로 빙상 종목은 밀라노에서 진행되고요. 썰매와 알파인 스키 등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2026년 동계올림픽은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열립니다.
진행자) 올림픽 대회는 국제 사회의 관심이 주목되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이기도 하지만 자칫 적자 운영으로 후유증을 심하게 앓기도 하는데요. 이탈리아는 대회 개최 비용으로 얼마를 책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IOC 평가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개최 비용으로 15억 달러를 책정했는데요. 이는 1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2017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대폭 줄어든 것입니다. 한국 올림픽 위원회 측은 평창 올림픽을 통해 적어도 5천500만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2028년 하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도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이번 주 LA시의 스포츠 관련 회의에 참석했는데요. 가세티 시장은 이 자리에서 2028 하계 올림픽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올림픽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흑자를 본 경우는 없는데요. 부대 시설 비용 등으로 정확한 수치에 논란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많이 흑자를 본 대회로 꼽히는 1988년 서울 올림픽도 4억8천만 달러에 조금 못 미쳤고요. 1984년 LA 올림픽도 약 2억2천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