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이른바 송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9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일에는 총파업이 벌어져 전국이 마비됐습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11년 만에 처음, 심리적 안정선인 ‘7위안’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 지역의 특구 지정을 취소했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군요.
기자) 네, '범죄인 인도법', 이른바 송환법 개정안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9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말에 벌이던 시위는 최근 몇 주 전부터는 주중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월요일인 5일에는 총파업이 벌어지면서 전국이 마비됐습니다.
진행자) 그동안은 시위자들이 가두시위를 벌이거나 지하철의 운행을 방해하는 정도였는데요. 이번에는 파업에 들어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5일 파업에는 금융인· 공무원· 버스 기사· 공항 직원 등 각계 종사자들이 참여했는데요. 현지 언론들은 전날(4일) 약 20개 분야 14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날 50만 명 이상 동참한 것으로 주최 측은 보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홍콩 거리를 점거하고 버스와 지하철의 운행을 막으면서 홍콩 도심 일대가 대혼잡을 빚었습니다.
진행자) 공항 직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면 항공편을 이용하는데도 영향을 미쳤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습니다. 항공 관제사들도 대거 병가를 내는 바람에 홍콩 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1곳만 운영됐는데요. CNN은 적어도 1천200명의 항공 종사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국제공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의 하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홍콩이 워낙에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까 그만큼 이용객이 많은데요. 지난해만 해도 7천300만 명이 홍콩 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 항공의 요충지입니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며 반발하는 시민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날 항공편이 취소된 한 시민은 "홍콩이 가라앉고 있다"며 "정부와 시위대는 이제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행자) 주말에도 시위가 격렬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3일과 4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는데요. 시위대는 홍콩 시내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에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며 맞섰고요.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습니다. 홍콩 경찰은 약 20명의 시위자를 체포했는데요.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과 필리핀 국적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 당국은 지난 6월 9일 이래 지금까지 총 42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시위자들이 중국 국기를 바다에 버리는 사건도 발생했네요.
기자) 네,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을 한 시위자 4명이 홍콩 부두 국기 게양대에서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내린 뒤 바다에 던졌습니다. 시위대는 또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주권반환을 기념해 선물한 ‘골든보히니아’ 동상도 훼손했는데요. 시위대는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친필이 새겨진 동상에 스프레이로 ‘하늘은 공산당을 무너뜨릴 것이다’ ‘홍콩을 해방하자’ 등의 문구를 적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현재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에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중국 국방부는 중국의 국방 정책을 담은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최근의 홍콩 사태와 관련해, 인민 해방군의 투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4일 담화를 발표하고, 중국의 국기를 훼손하는 건 국가와 민족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시위대의 폭력행위는 일국양제, 1국가 1체제 원칙을 훼손한다며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달에는 홍콩 주재 중국 대표부 앞에 있던 중국 국가 휘장이 훼손된 일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시위대는 지난달 22일,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에 있던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졌습니다. 시위대는 또 연락판공실 청사를 둘러싼 벽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반중국 구호와 욕설을 써놓기도 했는데요.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 기관을 공격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현재 건물 앞에는 또 다른 시위에 대비해 물대포차가 배치돼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했군요?
기자) 캐리 람 행정장관은 2주 만에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과 시위대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람 장관은 총파업에 대해 “700만 홍콩인의 삶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파업 가담자들에게 직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시위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하지만 람 장관은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습니다. 람 장관은 지금의 시위 사태는 홍콩의 번영과 안보를 위협하는 불순한 동기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현 시점에서는 나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의 사퇴가 좋은 해결책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당국이 앞으로 또 다른 강경 대응도 예고했군요.
기자) 네, 람 장관은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바다에 던지는 등 일국양제, 즉 1국가 2체제를 위협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람 장관은 이어 “홍콩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결연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며 또 다른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주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인데요. 이런 가운데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더 떨어졌군요.
기자) 네, 미국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위안화는 5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달러 대비 7위안대에서 거래됐는데요.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대로 떨어진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까?
기자)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중국 상품의 수출 가격이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상쇄시키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그만큼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위험성도 커지긴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지적하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며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의 환율 조작은 중대한 위반이라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을 매우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그동안 위안화의 가치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제기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달러는 기축통화입니다. 즉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기준이 되는데요. 미국 정부는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대미 수출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예상됨에 따라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 조짐을 보임에 따라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예고했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3천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부과한 2천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분까지 합쳐 거의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리는 셈이 됩니다. 중국은 현재 1천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의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두달여 만에 처음으로 대면 접촉을 갖고 협상을 진행했는데요. 하지만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양측은 9월, 워싱턴에서 다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추가 관세를 발표하면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지난번 거의 합의 막바지에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비판하고 있죠?
기자) 네,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대두와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5일,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는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화책으로 내세우는 조건의 하나인데요.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서 반격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 정부가 북서부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특별 자치구 지정을 취소하는 대통령령을 발동했습니다.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은 5일 인도령 카슈미르, 일명 잠무카슈미르에 특별자치권을 부여한 헌법 370조의 효력을 대통령령으로 취소한다고 의회에 통보했습니다.
진행자) 헌법 370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인도령 카슈미르에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는 법입니다. 외교나 국방, 통신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안에서 카슈미르의 자치를 보장하고요. 다만 외부에서 온 인도인들이 카슈미르주에 영구히 거주하거나 토지를 매매하거나, 지역 정부에서 일하는 것만 금지하고 있는데요.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의 자치를 최대한 보장한 이 법을 폐기한다는 건 결국 카슈미르를 공식 합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기자) 네, 아닙니다. 갈등이 70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카슈미르 지역은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이슬람교 신자가 다수인 파키스탄 간 분쟁지역으로 현재 카슈미르를 분할 점령 중인 양국 모두 카슈미르 전체를 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갈등이 왜 시작된 겁니까?
기자) 카슈미르를 둘러싼 분쟁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도를 통치하던 영국이 힌두교 국가인 인도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시켰습니다. 그런데 카슈미르 지역의 경우 주민은 대부분 이슬람계였지만, 통치는 힌두계가 하고 있었는데요. 힌두계 지도자들이 카슈미르 지역의 인도 편입을 선언했지만, 이슬람계 주민들은 강하게 반대했고요. 이후 카슈미르 지역에선 분쟁과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희생된 사람만 수만 명에 달하는데요. 지금은 정전 통제선을 맞대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도 정부의 발표 이전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다고요?
기자) 네, 지난주 인도 군인 1만 명이 카슈미르 지역에 증파됐고요. 5일 대통령령을 발동하기 몇 시간 전,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의 주요 정치 지도자를 가택 연금하고 군 병력을 배치했습니다. 또한 대중집회를 금지하고, 통신과 인터넷 사용도 제한했고요. 학교도 대부분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과 이슬람 사원 순례자들에게는 이 지역을 즉각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인도 정부는 이 같은 조처를 내린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습니까?
기자) 잠무카슈미르주에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속한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이미 오래전부터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특구 지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요. BJP 소속 의원들은 이번 조처가 역사적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인도 정부의 조처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성명은 인도 정부의 일방적인 움직임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인도의 불법적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카슈미르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기자) 지역 정치인들은 인도 정부의 조처가 불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카슈미르의 정체성을 지켜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국민회의당의 오마르 압둘라 대표는 인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잠무카슈미르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는데요. 압둘라 대표는 가택 연금 된 3명의 지역 정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또 메흐부다 무프티 전 카슈미르주 총리는 인도 정부의 결정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카슈미르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요.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의 특별 지위 박탈에 이어 카슈미르주를 잠무카슈미르와 불교도가 많은 라다크로 분리해 연방 직할지로 통치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모을 수 있겠지만, 법적인 문제들을 직면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고요. 또 일부 전문가들은 분리 독립이나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주장하는 이슬람 반군들이 활동하는 이 지역에 더 많은 갈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