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 주말 2건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십 명이 숨진 가운데 민주당이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건에 따른 연방 의회 움직임, 먼저 살펴봅니다. 지난해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에게 사제 폭발물을 보낸 남성이 징역 20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 씨가 숨진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파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모두 31명이 숨졌습니다. 이에 따라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연방 의회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뭔가 조처를 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방식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연방 하원에서 통과된 여러 총기 규제 법안을 상원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공화당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정신질환 치료와 폭력 비디오 게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 연방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인데요. 그동안 하원에서 어떤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습니까?
기자) 먼저 모든 총기 구매자에게 의무적으로 연방 신원조회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면허가 있는 총포상에서 총기를 살 때만 신원조회를 받게 돼 있는데요. 이를 인터넷이나 총기 박람회에서 구매하는 사람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또 지금은 사흘 안에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총기를 판매할 수 있는데요. 이를 10일로 늘리는 법안 역시 지난 2월에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상, 하 양원이 모두 같은 법안을 승인한 뒤 대통령 서명을 받아야 법으로 발효되는데요. 상원은 왜 아직 이들 법안을 다루지 않는 겁니까?
기자)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데요.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를 포함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총기 규제에 미온적입니다. 총기 소지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들은 총기 규제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봅니다. 특히 매코넬 의원의 지역구인 켄터키주 같은 시골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사냥총 등을 많이 소지하고 있고 어떤 총기 규제에도 반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행자) 매코넬 대표는 최근 총격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매코넬 대표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제 몫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 등 공화당 지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며, “미국인들의 헌법상 권리를 해치지 않으면서 지역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초당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매코넬 대표가 초당적인 해결책을 거론했는데, 민주당 입장은 어떻습니까? 상원이 하원 법안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타협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5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매코넬 대표에게 행동하라고 압력을 넣음으로써 인명을 구할 수 있는 황금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연방 의회가 휴회중인데요. 상원이 수정안을 보내거나 다른 법안을 마련하면, 기꺼이 의회에 돌아와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원의원들에게 즉각 의회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매코넬 대표가 4일 자택에서 넘어져 어깨 골절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당분간 워싱턴에 돌아오긴 힘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건 이후, 총기 규제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최근 총기 난사 사건을 모든 인류에 대한 야만적인 범죄로 규정하며 규탄했습니다. 또 총기 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했는데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잘 식별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필요하다면 강제로 수용해야 한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총이 아니라 정신질환과 증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트위터에 총기 구매자들의 신원조회와 이민 개혁을 연계하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 성명에서는 신원조회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겁니다.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공동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한 말에서 후퇴하기까지 세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단체의 로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NRA라면 미국 최대 총기 옹호 단체를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NRA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NRA는 최근 총기 사태와 관련해 희생자들과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는데요. 하지만 총기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총기 사용을 지지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공화당 쪽에서는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신질환자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는데요.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인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적기법(red flag)’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위험인물로 간주되는 사람에게서 총을 빼앗고 연방 기금을 통해 이들의 정신 치료를 돕는다는 내용인데요. 트럼프 대통령도 이 방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대규모 총기 참사를 겪은 텍사스주 엘파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분위기를 살펴볼까요?
기자) 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인데요. 특히 엘파소에서는 5일 밤 호라이즌고등학교에서 이번 사건으로 숨진 학생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베토 오뤄크 전 하원의원이 바로 이 고등학교 출신인데요. 이날 추모 행사에 참석한 오뤄크 전 의원은 무관용과 증오, 폭력에 맞서 지역사회가 단합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엘파소와 데이턴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지난해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에게 사제 폭발물이 배달된 일이 있었는데요. 용의자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뉴욕 연방 법원은 5일 이 사건의 용의자인 시저 세이약 씨에게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올해 57살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세이약 씨는 지난해 10월, 여러 인사에게 총 16개 사제 폭발물을 우편으로 보낸 혐의로 체포됐는데요. 지난 3월 공판에서 유죄를 시인했습니다.
진행자) 세이약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습니까?
기자) 오바마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코리 부커 상원의원,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인데요. 세이약 씨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사람들을 겨냥했습니다.
진행자) 대부분 전, 현직 정치인들이 명단에 올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상이 정치인들에 그치지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다고 자주 불만을 나타내온 CNN 방송,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 투자가 조지 소로스 씨 등도 대상이었습니다.
진행자) 세이약 씨가 보낸 폭발물로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기자) 없었습니다. 다들 수취인이 받아보기 전에 배달 과정에서 적발됐고, 실제로 터진 폭발물도 없었습니다. 세이약 씨는 선고 공판에서 파이프 폭탄처럼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실제로 폭발시킬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세이약 씨가 이런 범행을 저지른 동기가 뭡니까?
기자) 변호인 측은 세이약 씨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집착과 민주당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세이약 씨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스티커를 자동차에 붙이고 다녔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동차를 훼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증오에서 비롯된 범죄라며 종신형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종신형은 면했지만, 20년이란 장기 형이 선고됐는데요. 세이약 씨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세이약 씨는 5일 선고 공판에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했기 때문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문학계의 큰 별이 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 씨가 88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모리슨 씨가 지난밤(5일) 가족과 친지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모리슨 씨가 짧은 기간 병을 앓았다고 하는데요. 사인은 폐렴 합병증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여러 언론이 일면에 모리슨 씨 타계 소식을 크게 보도하고 있는데요. 미국 문학계에서 모리슨 씨가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미국 현대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데요. 모리슨 씨는 지난 1993년에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1988년에는 권위 있는 언론·출판 부문 상인 퓰리처상을 받았고요. 2012년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모리슨 씨에게 민간인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진행자) 모리슨 씨의 작품은 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과 문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보통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흑인들은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모리슨 씨의 작품은 이런 흑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진행자) 대표작으로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모리슨 씨는 1970년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첫 작품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으로 등단한 뒤 ‘술라(Sula)’, ‘솔로몬의 노래’, ‘사랑 받는 사람(Beloved)’ 등 11개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요. 여러 수필과 희곡을 썼는데요. 모리슨 씨는 문학적인 면과 상업적인 면에서 모두 성공한 작가로 꼽힙니다.
진행자) 작가로서 데뷔는 늦은 편이었군요?
기자) 네, 작가로 나서기 전에는 출판사 편집인으로 일했습니다. 게일 존스, 앤젤라 데이비스 등 재능 있는 흑인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습작을 계속하다가 작가로 나서게 된 건데요. 모리슨 씨는 듣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이 직접 써야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리슨 씨는 1931년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는데요. 원래 이름은 클로이 워포드입니다. 대학 시절 별칭이었던 토니와 전 남편의 성인 모리슨을 합친 토니 모리슨이 필명이 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모리슨 씨 작품 가운데 ‘비러브드’는 영화로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987년 작품인 ‘비러브드’는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입니다. 농장주에게서 탈출해 달아나던 흑인 여성 노예가 붙잡힐 운명에 처하게 되자, 자식과 함께 자살한다는 내용인데요. 1998년에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유명 흑인 배우이자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 씨가 제작에 참여하고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했는데요. 모리슨 씨 소설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데는 윈프리 씨 공이 큽니다.
진행자) 모리슨 씨가 숨진 데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각계 인사들의 추모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모리슨 씨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모리슨 씨를 “국보”로 표현했습니다. 모리슨 씨의 글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깊은 의미가 들어있었다는 건데요. 인간의 양심에 도전하고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인 윈프리 씨는1990년대 자신이 진행했던 쇼에 출연한 모리슨 씨의 사진을 사회관계망 서비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모리슨 씨는 ‘언어의 마술사’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