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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착 탈북민 모자 사망… “지역사회 밀착형 지원 필요”


한국 입국 탈북민들의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의 임시 거처에서 머무르는 탈북민 여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 입국 탈북민들의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의 임시 거처에서 머무르는 탈북민 여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40대 탈북민 여성과 여섯 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집에 음식이 다 떨어져 있었다는 점에서 아사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한국 내 탈북민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 여성 한 씨와 아들 김 군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관할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황이나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웃 주민 등의 진술을 통해 볼 때 두 달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냉장고가 비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굶주리다 사망했을 거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경찰은 이들 모자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한 한 씨는 함경북도 출신의 40대 초반 여성으로, 수 년 전 중국 동포와 결혼한 뒤 올 초 합의이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한국에서 굶어 죽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입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이번 한 씨 사망이 남긴 정말 중요한 교훈은 탈북민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리고 탈북민을 위한 지역협의회, 하나센터, 하나재단, 통일부, 문재인 정권에 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우리 탈북자 사회 역시 적어도 주변 사람을 돌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탈북 사회 소위 리더라는 사람들이 그런 네트워킹이나 구속을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소홀히 했다, 이런 교훈을 찾았어요. 이런 것들을 극복을 해야겠죠. 일단 추모 분위기에요. 일단 고인을 잘 보내야 될 테고, 장례 절차도 밟아야 될 것이고…”

김 대표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있다며 탈북 사회의 의견을 모아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통상 3개월 간의 하나원 교육을 마친 뒤 거주지 보호 기간인 5년 동안 한국사회 정착 지원을 받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민 지원제도 관련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온 탈북민은 기본적으로 전국 하나센터에서 8일, 50시간 동안 지역 적응교육을 받습니다.

이후에는 고용지원금, 무료직업훈련 등의 취업 지원과 함께 특례 편입학, 등록금 지원과 같은 교육 지원, 신변보호와 취업보호 등 보호담당관제 지원도 이뤄집니다.

아울러 최대 미화 약 3만 2천 달러의 정착기본금과 지방거주 장려금, 주택 알선 등도 제공됩니다.

통일부는 탈북민을 거주지 보호 기간 내에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망한 한 씨의 경우 2009년 한국에 정착한 만큼 보호 기간이 지난 데다 결혼 생활 당시 중국에 거주하는 등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기면서 정부의 지원체계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한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로 전입했지만 관할 경찰서의 신변보호 담당관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탈북민의 지역 정착을 돕는 지역 하나센터와도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한 씨가 최근 받은 정부 지원금은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각각 미화 80달러씩 총 160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나 신변보호 등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부 차원에서 탈북민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지원 사업을 벌이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곳은 소외된다는 주장입니다.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입니다.

[녹취: 한창권 회장] “언젠가는 이런 일이, 하나 굶어 죽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거지, 탈북자를 위해 하는 거 아니에요. 기획서 잡을 때 우리를 다 배제하고 ‘탈북자 너네가 뭘 아냐’ 이런 식으로 제외시키고 자기들끼리 계획서를 작성한단 말입니다. 탈북자 단체들이 이야기해도 듣지 않아요. 어투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제재 받고 하는데 그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부끄러운 자화상이지만 우리끼리 뭉쳐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해요).”

한국의 전문가들은 탈북민들의 지속적인 사회통합과 안정을 위해 지역사회에서의 생활밀착형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김수경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수경 연구위원] “정해진 보호관찰이 5년인데 기간을 정해놓고 하기 보다는 사례를 관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이 사람들을 보듬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지역사회 내에서 이 사람들을 좀 더 통합하는 것에 대한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그런 식의 통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김 연구위원은 아울러 한 씨가 이혼을 하면서 더 취약한 환경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탈북민의 80%가량이 여성인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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