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자들이 취업이 아닌 다른 비자들을 이용해 중국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고 중국 내 복수의 소식통이 VOA에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관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의 대북 결의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내 복수의 소식통은 최근 VOA에 북한 여성 노동자 수 백 명이 거의 매일 버스를 통해 북-중 접경 지역을 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지린성 훈춘시 취안허 세관과 북한 라선경제특구 관문인 원정리를 연결하는 신두만강대교 위로 북한 노동자들을 태운 수 십 대의 버스가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대개 20~30대 젊은 여성들로, 정장을 입고 별다른 짐도 없이 세관 수속을 간단히 밟은 뒤 이동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세관원과 중국 업체 대표, 북한 기업소가 공조해 노동자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세관원 1명이 북한 노동자 100~200명의 출입국과 중국 내 체류를 직접 관리하며, 중국과 북한 양측으로부터 상당한 돈을 챙기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여성 노동자들이 짐이 없고 정장을 입는 것은 비자와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신규 노동허가 발급이 금지되자 여행과 친인척 방문, 유학, 연수, 교육, 연구, 문화 교류 목적으로 비자를 받은 뒤 중국 공장에서 일하며 북한 방문을 통해 체류 기한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령 유효 기간 5년에 최대 체류 기한 180일로, 연구와 과학, 문화 교류 목적 등으로 중국이 발급하는 F 비자를 받은 뒤 만료일을 앞두고 북한으로 갔다가 당일 혹은 다음날 중국으로 돌아와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체류 기간은 당사자가 해외로 나갔다가 들어오면 기한이 다시 연장됩니다.
소식통들은 훈춘의 여러 공장에만 북한 노동자가 2천~5천 명에 달한다며, 다른 내륙 지역에도 상당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은 1천 760 위안, 미화 250 달러 안팎으로 중국 노동자들보다 훨씬 저렴하고 솜씨도 좋아 중국 업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접경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한국 동아대학교의 강동완 교수는 VOA에, 단둥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을 태운 버스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훈춘뿐만이 아니고 단둥에서도 세관 앞에 버스 타고, 한 버스에 북한 여성들이 와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은 지금 거의 매일 볼 수 있습니다. 들어갔다 나왔다를 거의 반복하고 있죠.”
올해 말에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담은 저서를 출간할 예정인 강 교수는 이런 움직임이 러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훈춘에서 국제버스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 우수리스크로 갈 수 있으니까. 러시아에 있던 (북한) 사람들이 중국으로 왔다가 다시 러시아로 가는. 행색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보위부 차림의 남성이 여권을 다 관리하고 있고,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 한 명, 나머지 일반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무리로 움직입니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도 노동허가가 금지된 뒤 방문이나 여행 비자를 통해 일하며 비자 기한 갱신을 위해 북-러 접경 도시들을 방문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모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역행하는 겁니다.
안보리 대북 결의 2397 호는 유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올 연말까지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리는 20일 VOA의 논평 요청에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며, 그러나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하며, 계속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관리] “We are unable to comment on any specific cases but all UN member States are required to impleme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we expect them to continue doing so.”
VOA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중국 정부에도 질문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9일 VOA에, 중국 내 소식통들이 지적한 북한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 프로그램 자금줄을 막으려는 유엔의 대북 제재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을 통해 당사자들이 모두 이익을 누리기 때문에 이런 위반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problem is there's no loser. Everybody gains. The customs guy gets money, the company gets a worker, and the worker gets to work. So it's not like there's any loser substance is no loser. There is nobody to fight it to stop it.
세관원은 돈(뇌물)을 받고, 중국 업체는 값싼 노동력으로 이익을 창출하며, 노동자들은 일자리와 돈, 그리고 북한 당국도 외화를 벌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이런 위반 행위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 정부도 대북 지렛대의 하나로 북한 노동자들을 계속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의 제재 이행을 더욱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