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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 ‘간헐적’ 협력 관계…핵·미사일 협력 의혹 지속


지난해 8월 이란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지난해 8월 이란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이란의 협력 관계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상호 이해 관계가 맞물릴 때 전략적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협력해 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란을 방문한 박철민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제재를 고수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경제주권 수호’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일 이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박 부의장과 만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미-북 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좋은 합의를 이루려는 게 아니라 북한을 무장해제해 자신들의 압박 아래 두려고 한다며, 미국을 신뢰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라리자니 의장은 또 “북한은 경제적 주권을 지키려고 한다”며, “이란과 북한의 경제적 관계가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박 부의장이 이끄는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은 전날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을 만나 양국 간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우방인 북한과 이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 고위 관리의 이란 방문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지난해 8월 이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면담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이번 회동은 두 나라 모두 미국과의 관계에서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이란도 미국의 핵 합의(JCPOA) 탈퇴와 대이란 제재뿐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문제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1970년 외교관계를 맺은 북한과 이란은 반미 감정을 공유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된 협력 관계라기보다 상호 이해 관계가 맞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강화됐고, 당시 총 4개의 경제,기술 협력 조약을 맺으면서 관계가 두터워졌습니다.

그러나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은 양국 관계가 소원한 시기로, 특별한 협력 정황이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당시 이란의 대북 석유 수출이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의 협력은 군사 분야에서 두드러집니다.

특히 1980년대 북한이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면서 탄도미사일 기술에 관한 양국 간 협력이 시작됐습니다.

1990년대 당시 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이란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과 부품 수출이 이란의 군사력을 질적으로 향상시켰고, 이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자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자체 개발 목표 달성에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 2016년 자료에서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기술 협력이 2013년 이후 잠잠해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북한의 무기 판매 조직이 이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유엔 전문가패널의 지적이 나오는 등 양국의 탄도미사일 관련 협력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 의회조사국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이란이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양국 간 협력 범위를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없습니다.

다만, 두 나라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이중용도 기술을 공급 받으려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의회조사국은 밝혔습니다.

이란과 북한은 모두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으며, 동시에 핵 확산국가, 인권 유린국, 그리고 역내 안정화 위협국으로 지목돼 이에 따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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