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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베네수엘라 대사관 개설...북 수용소 폭로한 베네수엘라 시인 주목


베네수엘라가 21일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사진 출처: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베네수엘라가 21일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사진 출처: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평양에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개설되면서, 40년 전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전 세계에 처음 폭로한 베네수엘라인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북한 수용소에 7년 간 수감됐던 알리 라메다 씨의 수기가 북한 인권 운동의 밀알이 됐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979년 7월. 미 ‘AP’ 통신과 ‘뉴욕타임스’ 신문은 북한의 강제수용소 실태를 폭로하는 베네수엘라 시인의 수기가 사상 처음으로 출간됐다고 보도합니다.

주인공은 사리원 수용소에 6년 넘게 수감됐다 1974년 석방된 베네수엘라 시인 알리 라메다 씨.

라메다 씨는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지원으로 펴낸 수기에서 기아와 고문, 구타, 강제노동으로 혹사당했던 사리원 수용소의 실상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열성 공산주의자였던 라메다 씨는 평소 흠모하던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1966년 평양에 도착해 조선외문출판사 스페인어 과장을 맡아 김일성 주석의 강연 등 선전물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감시와 고립된 생활, 14살 소년 김일성이 공산당과 혁명군을 이끌었다는 비현실적인 선전에 좌절합니다.

라메다 씨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런 실상과 북한이 진정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가 발각돼 체포됩니다.

이후 1년의 조사 끝에 미 중앙정보국 CIA 공작원이란 혐의로 20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사리원 수용소에 수감됐습니다.

라메다 씨는 유엔 가입을 시도하며 베네수엘라에 지원을 요청한 북한, 라메다 씨의 생사 확인과 석방을 먼저 요구한 베네수엘라의 협상을 루마니아가 중재하면서 1974년 9월 전격 석방됩니다.

베네수엘라는 그 해 북한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라메다 씨는 이후 수용소의 잔인하고 혹독한 생활, 6천~8천 명으로 추산한 수감자들의 삶을 폭로하는 시집을 출간했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1979년 7월 그의 수기를 영문으로 출간했습니다.

북한 내 강제수용소 실태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소개된 겁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북한인권위원회(HRNK) 위원은 자신의 저서 ‘감춰진 수용소’에서, 라메다 씨의 수기가 사실상 북한 인권 실태 조사와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수기 출간을 계기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북한 강제수용소 실태 조사가 시작됐고, 위성사진 등 여러 자료와 탈북민 증언을 통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2014년 최종 보고서에서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도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21일 VOA에, 한국 내 본격적인 북한 인권 운동 역시 베네수엘라 시인 라메다 씨의 수기집으로 인해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올해 타계하신)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님이 과거 한국 앰네스티 지부를 이끌고 계실 때 그 책을 입수하시고 한국이 민주화되면 꼭 북한 인권 운동을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불을 댕긴 게 알리 라메다의 리포트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인권 운동의 깃발을 들자고 하셨던 동력, 동기 부여가 됐던 게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그런 라메다 씨의 조국이 여전히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한 것이 매우 역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수교 이후에도 상주 대사관을 두지 않다가 지난 2015년 카라카스에 북한대사관이 먼저 개설됐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디아리오 라 보즈’ 신문은 이를 계기로 이듬해 라메다 씨가 북한에서 겪은 이야기를 두 개 면에 걸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자와 다른 생각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구금되고 고문을 당한 사실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과 반정부 시위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부를 적극 지지하고 있고, 마두로 정부도 유엔에서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 정부의 입장을 옹호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북한의 40번째 수출국으로 총 50만 4천 달러어치를 북한이 수출했고, 수입은 전무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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