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놓고 한국 내에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한국의 국익과 안보를 저버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기 않기로 한 데 대해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일 경제 경쟁 국면에서 협정 종료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겁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같은 결정이 최근 한-일 관계, 특히 경제전에서부터 시작된 안보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인영 원내대표] “국익에 근거해서 또 국민의 의지, 이런 것들에 근거해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이 원내대표는 미-한-일 삼각 안보 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협정이 있기 전 미-한 동맹을 축으로 안보 우려 없이 운영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서도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아베 정부는 경제 보복을 철회하고 한국을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세를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는 축배를 들며 반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황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주재한 당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지금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현 정권은 스스로 안보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한국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미국의 외교적 압박 수위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한-일 동맹을 연결하는 중대한 안보 장치라며 협정 종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나경원 원내대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결국 국익보다는 정권의 이익에 따른 결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미-한 동맹의 균열이 현실화 됐다며, 금이 간 미-한 관계로 미-북 대화와 경제 한-일전이 제대로 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내 시민단체들도 확연히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아베규탄시민행동 측은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는 촛불을 든 국민의 승리라며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던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환영했습니다.
참여연대 역시 협정 파기를 뒤늦게라도 결정한 것이 다행스럽다며, 국민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체결된 협정을 폐기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역사와 경제적 문제에서 출발해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오게 됐다며, 이같은 결정이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내용상으로 보면 미-한-일 안보체제인데 한-일 간 역사, 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이 단체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VOA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양국 간 군사 정보와 작전, 훈련 등을 하는 데 있어 기본 바탕이 되는 협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태영 전 장관] “지소미아는 그 자체가 서로간의 주고받은 정보를 보호해주는 것이거든요. 내가 2급 비밀을 주는데 저쪽에서도 2급을 취급해 달라, 2급을 주면 나도 2급 취급을 해주는 거고, 그런 게 보장이 안되면 정보를 줄 수도 없고 작전적인 협조를 할 수도 없는 거예요. 지소미아가 안 되어 있으면 저쪽에서 보장을 안 해주니까 줄 수가 없는 거죠. 협조할 수가 없는 거예요.”
김 전 장관은 이어 중국,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미국과 일본 등 동맹의 힘을 빌려야 한다며, 이제 일본과의 군사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은 현재 일본뿐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30여개 나라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