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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북한인권백서…“생명권 침해 여전히 심각”


지난 2월 한국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월 한국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민간단체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를 담은 ‘2019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서도 생명권 침해 사건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탈북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2019 북한인권백서’를 공개했습니다.

백서는 2010년 이후 북한 주민에 대한 생명권과 피의자-구금자의 권리, 노동권, 재산권 침해 사례가 2000년대에 비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2000년대 생명권 침해 비율은 7%대, 2010년대에는 12%대입니다.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침해 비율도 2000년대 4%대에서 2010년대 8%대로 늘었습니다.

노동권과 재산권 침해는 2010년대 들어 각각 두 배 증가했습니다.

백서는 생명권 침해 발생 비율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은 정권 안정과 사회질서, 치안유지 정책 강화 등을 명목으로 한 북한 당국의 비공개 처형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2010년 이후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사건 비율의 증가는 김정은 정권 들어 탈북민 북송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구금 시설의 환경이 더 열악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민 윤모 씨는 집결소에서 두 달 동안 감금돼 성폭행을 당했으며 의자에 묶어놓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때린다고 증언했다고 백서는 전했습니다.

한편 1990년대에 생명권과 정치적 참여권, 생존권, 건강권 등에 대한 침해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많이 발생했지만 2000년대 이후 감소했다고 백서는 평가했습니다.

여기에서 생존권은 식량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이 중단되면서 아사자가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백서는 이후 2000년대 들어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1990년대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2000년대 이후 생존권과 교육권 등의 개선은 북한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장마당을 통한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 구입 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이주권과 주거권,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권에 대한 침해 사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주민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고 백서는 지적했습니다.

2019 북한인권백서는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올해 13회째 발간됐으며 주요 내용과 증언의 93%가 인터뷰에 의한 정보라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측은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한 ‘2019 북한인권백서’를 통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어떠한 법적 절차도 없이 보위부원에 의한 처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수용자들에 대한 강제노역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수용자들은 탄광 노동의 경우 하루 노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마칠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폭행과 가혹 행위 또한 만연해 있다고 통일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민에 대한 처벌이 크게 강화됐으며 2014년부터는 탈북 횟수에 관계 없이 노동교화형이 부과된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유린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꼼꼼한 기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오곤 ICC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입니다.

[녹취: 권오곤 의장] “이것을 어떠한 형태로 책임을 추궁하느냐는 나중에 결정하더라도, 정의를 실현하는 형태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지금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은 북한 내 인권 유린을 관찰할 수 있는 시민사회나 민간단체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국장]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뒤로 물려 놓는 것은 또 말이 안 되죠. 이 문제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당국에는 향후에 시스템이든 행정적인 실행에서나 인권 유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간접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종의 압력이 작용도 할 수 있는 것이고”

권 사무국장은 인권 유린이 전혀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하고 기록해 진상 규명 단계를 거치는 것은 향후 통일한국을 이뤄가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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