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은 올해도 고향 방문과 성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구상에서 가장 긴 이별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 입니다.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노력이 이산가족의 간절한 염원을 푸는 데 크게 못 미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11일 이북5도청에서 열린 38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 격려사를 통해 미-북 관계와 함께 남북관계가 주춤한 탓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과제 가운데 최우선 사안이 이산가족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김연철 장관] “지난해 여름에는 3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남북은 9월, 평양 남북선언을 통해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보다 근본적으로 그리고 한시라도 빠르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뜻을 모았습니다.”
김 장관은 특히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에 합의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과의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정부는 남북 공동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긴 이별을 한시라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연철 장관] “이산가족 어른신들의 아픔을 근원적으로 풀어드릴 수 있도록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고향 방문, 성묘와 같은 방안도 부분도 다각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김 장관은 이어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의 일생을 기억하며 다음 세대들에게 평화롭게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추석을 앞두고 ‘합동망향제’를 지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실향민들은 70년이 다 되도록 부모형제의 생사조차 모른 채, 고향땅을 그리며 차례를 지내고 있다며 한탄했습니다.
[현장음] “이 곳에 모인 실향민 이산가족들이 고향에 계신 가족 소식을 70년이 다 되도록 모르고 애끓는 단절의 아픔을 삼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망향제를 지켜보며 눈시울이 불거진 평양 출신 89살 진경선 씨는 명절이 되면 고향땅에 두고온 부모님과 동생들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아 생전 동생들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두 여동생과 남동생을 찾기 위해 등록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은 번번이 탈락했고, 이제는 시간이 많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녹취: 진경선 씨] “3남매의 생사를 지금 모르고 있는 거죠. (이산가족 상봉) 신청은 21번이나 했는데 당첨이 안 되더라고. 이대로 가면 아마 이산가족 1세대들이 2, 3년 안에는 다 죽을 거에요.”
진경선 씨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점점 희망이 사라져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진경선 씨] “지금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잖아요? (우리의)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지. 구정, 추석 때 특히 생각이 간절하죠. 고향 생각이. 빨리 남북 간 관계가 나아져서 서로 오가고, 아니 편지라도 보낼 수 있으면.”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80, 90대 고령의 이산가족 1세대들이 고향땅을 밟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에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의 첫 단계인 생사 소재 확인 제안에 즉각 호응할 것과,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의 고향 성묘 방문을 적극 허용해 달라고 촉구한 겁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법안을 조속히 의결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남북적십자회담 11주년을 기념해 지난 1982년 처음 열린 이산가족의 날 행사는 2005년까지는 회담이 열린 8월 12일에 맞춰 개최됐습니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명절이 되면 더 그리워지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함께 떠올리고 합동망향제를 올리기 위해 추석 이틀 전에 열리고 있습니다.
한편 2018년 12월 31일 기준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 3천 208명이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5만 5천 987명입니다.
또 80세 이상이 61.7%, 70세 이상이 84.7%로, 고령자가 많아 갈수록 이산가족 문제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