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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관광기구 “고립 속에서 번영할 수 없어”


지난해 11월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지난해 11월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유엔 관광기구가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고립이 아닌 협력만이 관광 사업의 번영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일부 관광지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제 관광 산업의 발전 기준과는 동떨어진 접근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관광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주랍 폴로리카쉬빌리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이 최근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관광 산업의 경제 발전 기여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폴로리카쉬빌리 총장] “Tourism can help us build a better future for everyone. Around the world, the tourism sector is the leading source of employment, supporting many millions of jobs and driving economies forward, both at the local and the national level.”

관광 산업은 고용의 주요 원천으로 전 세계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며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주랍 폴로리카쉬빌리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 사진 제공: UNWTO.
주랍 폴로리카쉬빌리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 사진 제공: UNWTO.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국경을 넘어 여행한 국제 관광객은 13억 2천만 명에 달합니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는 올해 보고서에서 관광 산업이 세계 GDP의 10.4%, 3억 1천 9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구촌 고용의 10%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관광산업 매출 선두주자인 미국은 201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GDP 가운데 관광 산업이 1조 6천만 달러, 일자리 780만 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쓴 비용이 2천 510억 달러로 77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웃인 중국도 관광 산업 규모가 1조 5천만 달러로 세계 2위, 3위인 일본은 3천 680억 달러로 북한 전체 GDP의 열 배가 넘습니다.

한국의 관광사업 규모는 아직 세계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지난해 한국은 찾은 외국인이 1천 534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 관광 산업의 지난해 GDP 기여도는 445억 달러, 한국을 찾은 외국인 1명이 2017년 기준으로 평균 1천 482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북한 정부도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을 읽고 6개 전문관광개발구를 지정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웃의 한국과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만 유치해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에 지출하는 소비 규모는 2017년 기준 2천 577억 달러로 세계 1위, 한국인들은 306억 달러를 지출해 세계 9위로 집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천지연군을 아우르는 무봉국제관광특구, 평남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관영 TV]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떨쳐나선 일군들과 건설자들이 우리식의 해안관광 도시를 세계적인 수준에서 최상급으로 완공할…대상건설에 힘있게 다그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국가설계지도국은 면적만 400여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원산갈마 지역에 78억 달러 규모를 투자해 연 1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란 목표를 2015년에 밝혔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 공사는 최근 서울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겨냥해 엄청난 돈을 관광특구 건설에 투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김정은이가 이걸 믿고 2017~2018년 사이 자기가 가진 돈을 어디에 썼느냐. 바로 이 관광특구를 만드는 데 쓴 겁니다. 금강산이 풀릴 줄 알고. 그래서 1년 동안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건물들을 건설했습니다. 엄청난 돈을 투입했습니다.”

남북 정상이 지난해 평양 공동선언에 ‘금강산 관광사업 우선 정상화’,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을 협의하겠다고 합의한 것도 동해선 철도와 도로 현대화를 통해 수많은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광 투자 유치에 차질이 생겨 건설이 계속 연기됐고, 김 위원장은 계획이 뒤틀린 불만을 한국에 쏟으면서 사업이 공중에 뜬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VOA에, 관광을 통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전반적인 전략은 좋은 생각이지만, 원산갈마와 무봉 관광특구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Kim's wanting to use tourism to advance his country is a good idea. His overall strategy I think is a good idea. Foreign tourists coming there is good for everybody…”

외국인이 북한에 많이 갈수록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도 늘고, 관광객이 쓰는 돈은 북한의 시장 활동 촉진에 도움이 되지만, 다양성을 무시한 채 대부분의 예산을 원산갈마와 무봉 관광 특구 등 정치적 선전사업에 허비하는 게 문제란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의 업적에 치중한 이런 사업은 기반시설 구축과 관광객 편의. 지역 경제 발전 창출에 기반한 국제사회의 관광 전략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엄청난 돈과 노동력을 투입한 마식령스키장에 파리만 날리는 현실을 보라고 반문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은둔 국가에 대한 기존의 호기심 관광이 아니라 실질적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관광 기반 시설 구축, 객관적인 통계와 국제사회 협력, 민생 경제 기여, 인터넷 등 원활한 통신 체계 구축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의 폴로리카쉬빌리 사무총장도 올해 세계 관광의 날 성명에서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폴로리카쉬빌리 총장] “No single economic, social or human activity prospers in isolation. For this reason, governments and stakeholders from the public and private sectors are increasingly working together to manage tourism in a responsible and sustainable manner…”

어떤 경제와 사회, 인간 활동도 고립 속에서는 번영할 수 없다는 겁니다.

폴로리카쉬빌리 총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관광 사업을 책임 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광을 통한 고용이 여성과 젊은이들. 낙후된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더 넓은 사회와 통합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관광 산업은 평등과 포용, 지속가능한 발전의 촉매제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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