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 조사에서 나온 피폭 수치는 극도로 높다고 미국의 핵물리학 전문가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탈북민들에게서 나온 방사능 피폭 수치는 일반인보다 수백 배 높은 것으로, 길주군 주민들에 대한 건강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의 핵물리학자인 윌리엄 바레타 교수는 2일 VOA에, 북한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들에 대한 방사능 피폭 검사 수치가 “극도로 높다”고 말했습니다.
[파레타 교수] “The numbers in the quoted are extremely high. An exposure of 1.3 Sv would lead to severe radiation sickness.”
파레타 교수는 특히 40대 후반 여성에게서 나온 1.3 Sv(시버트), 즉 1,300mSv(밀리시버트)는 “심각한 방사능 질환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앞서 ‘조선일보’ 등 한국 언론들은 정병국 국회의원 측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북한 핵실험장인 풍계리와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10명에 대해 방사능 피폭 검사를 한 결과 5명에게서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고 전했습니다.
5명의 방사능 피폭 흔적이 염색체 이상의 판단 기준인 25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했고, 48세 여성은 1천 386mSv가 나왔다는 겁니다.
이 여성은 풍계리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길주읍에 거주했으며, 3차 핵실험을 겪은 뒤 탈북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 있는 정상인의 연간 피폭량은 2~3 mSv입니다.
CT 촬영으로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피폭 수치는 평균 15mSv, 가슴 X레이 검사는 0.02mSv로 매우 낮습니다.
특히 1000mSv 이상은 나중에 치명적인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미 의학계는 경고합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 직원들의 연간 피폭량은 20mSv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5년 후 후유증에 관한 공동보고서를 주도했던 파레타 교수는 과거 여러 핵실험 뒤 풍계리 핵실험장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는 영문 보도를 지적하며, 핵실험들이 방사능 피폭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레타 교수] “That could be a source of exposure. Beyond that I can't make any comment without detailed physical evidence.”
파레타 교수는 그러나 물리적인 증거 없이 더 자세한 견해를 밝히기는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파레타 교수가 지적한 보도는 한국 내 연구단체인 샌드연구소가 지난 2016년 길주군 출신 탈북민 21명을 면담 조사한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나무를 심으면 80%가 죽고, 우물이 말랐으며, 기형아 출생도 생겼다며 길주군 일대가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7년에도 길주군 출신 탈북민 30명의 방사능 피폭 조사를 실시해 4명에게서 의심 소견이 나왔지만, 핵실험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국회 보고에서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명균 (당시) 장관] “그럴 가능성, 피폭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방사능은 노출 정도에 따라 탈모와 불임, 혈액과 위, 뇌와 척수 등 인체 조직과 장기 기능을 손상시키고 암 유발은 물론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병국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 검사 대상 10명 중 상당수가 두통과 시력 저하, 후각과 미각 둔화, 심장 통증, 백혈구 감소, 관절 고통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자는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 차 방북한 외국 기자단에게 방사능 오염 우려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강경호 북한 핵무기 연구소 부소장] “현재까지의 측정 자료에 의하면 방사성 물질의 유출은 전혀 없으며 주위 생태환경도 아주 깨끗합니다.”
한국 공동 취재진은 당시 핵실험장 갱도 앞 개울물이 깨끗하다며 마셔보라는 북한 관영매체 기자의 제안에, “먼저 마셔보라 했더니 안 마셔서 (취재진도) 마시지 않았다”며 안전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주민들의 이주를 구분한 방사능 피폭 기준은 350mSv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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