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 핵무기 제거 아니라 핵무기로 인한 ‘위협’을 순차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밝혔습니다. 조셉 윤 전 대표는 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단계적 비핵화 조치들이 많이 이행될수록 비핵화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국내 정치적 위기가 오히려 북한과의 합의를 성사시킬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습니다. 윤 전 대표를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실무회담 계획을 밝힌 바로 다음 날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보십니까?
윤 전 대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읽습니다.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거죠.
기자) 대북 제재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레버리지를 뜻합니까?
윤 전 대표) 북한은 항상 이 두가지를 강조해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을 끌어낼 수 있는지 말입니다. 북한 문제는 결국 ‘비핵화를 얼마만큼 할 때 미-북 관계가 얼마만큼 정상화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미-북 관계 정상화는 제재 완화, 평화 체제, 외교적 승인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기자) 북한은 그동안 대화를 제안한 뒤 도발하는 양상을 반복해왔는데요.
윤 전 대표) 항상 그랬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북한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전보다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결과를 보여주는데 급급한 쪽은 김정은이 아니라 트럼프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유리한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기자) 국무부를 떠나시기 하루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 반대 입장을 밝히셨는데요. 그럼 외교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 대북 접근법엔 찬성하십니까?
윤 전 대표) 북한과 관여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강경파들의 바람대로 즉각 북한 핵무기를 추격하고, 최대 압박을 가하며, 필요하다면 군사 행동을 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접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긴장을 너무 높이고 군사 행동까지 하게 돼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법은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핵무기의 위협을 추격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접근법을 선호하죠. 협상과 긴장 완화, 비핵화로 나아가는 조치를 통해 ‘핵무기의 위협’을 쫓아가자는 겁니다.
기자) 두 방법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후자를 택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윤 전 대표) 그렇습니다. 첫번째 방법을 시도한 뒤 두번째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여에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놓치고 있는 것은 절차입니다. 곧 열릴 실무협상이 그런 절차를 마련하기 바랍니다. 적절한 절차 없이 두 정상이 세번이나 만난 것은 생산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기자) 적절한 절차라는 건 뭘까요? 단계적 비핵화 방안인가요?
윤 전 대표) 단계적 절차 말고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곧바로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북 양자간에 해도 되겠지만 다른 나라가 참여해도 됩니다. 한국과 중국 등이 쉽게 떠오르네요. 협상가라고 부르든 특사라고 부르든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비핵화와 안전 보장에 진전을 만들자는 겁니다.
기자) 다자 형태의 협상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윤 전 대표) 이 과정에 따른 결과에 거대한 지분을 갖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시켜 외연을 넓혔으면 합니다. 비핵화의 부담을 이들 나라와 함께 지자는 겁니다. 미국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중국과 한국의 압박이 필요합니다.
기자) 지금도 그렇지만, 정부에 계실 때 이미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하지 않았습니까?
윤 전 대표) 미 정보 기관들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까? 국가정보국장(DNI)와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현재 북한은 완전히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단언했습니다. 이게 미국 정부 내에 널리 퍼진 인식입니다. 하지만 비핵화로 가는 단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단계들을 밟을 때마다 북한이 비핵화할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런 조치들을 더 많이 취할수록 실제로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더 커지는 겁니다. 그러는 동안 북한 핵무기, 장거리와 단거리미사일, 핵물질을 제한하는 거죠. 모두 할만한 가치가 있는 조치들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은 안 됩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은 위협을 느낄 텐데요.
윤 전 대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지력, 즉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공약이 있는 한 그런 우려는 없을 겁니다. 그런 공약에 의문이 제기될 때 문제가 생기는 건데, 저는 미국의 확장억지력 약속은 매우 강력히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추진 등 국내 정치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요?
윤 전 대표) 그런 국면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북한과의 합의에 더 적극적일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탄핵 국면은 커다란 국내 정치적 소요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초점을 다른 데로 돌리길 원할 겁니다. 따라서 북한과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하겠습니다.
아웃트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미-북 실무협상과 비핵화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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