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은 비핵화 범위에 대한 두 나라의 근본적인 시각차 때문이라고 로버트 리트왁 우드로윌슨센터 국제안보연구국장이 지적했습니다. 리트왁 국장은 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변화를 모색하기 보다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거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국장을 지낸 리트왁 국장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리트왁 전 NSC 국장) 스톡홀름에서의 문제는 미-북 간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 때 나타난 문제와 같은 것입니다. 양측이 서로 다른 비핵화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하는데 이 경우 다른 조건들이 수반됩니다. 미군 철수와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행위 종식’ 등이죠. 양측의 근본적인 이견은 얼마나 비핵화를 할 것이며, 미국은 언제 제재를 해제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미국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기자)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리트왁 전 NSC 국장) 북한과 관련해 실제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제 새로운 책 ‘북한과 이란 핵 위기: 전환외교에서 거래외교로’에서 ‘거래외교’를 택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한적 핵합의, 잠정 핵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기 보다는 제한하라는 것이죠. 이러한 목표는 ‘나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고,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동결할 것입니다.
기자) 저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환외교’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십니까?
리트왁 전 NSC 국장)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이란 모두에 전환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란에 대해서는 향후 핵합의에 포함돼야 할 12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이를 모두 지키면 이란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전환적 접근법은 덜 분명하지만, 비핵화 과정 초반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씨 정권은 핵무기가 정권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정권을, 2011년 리비아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북한은 목격했습니다. 김씨 정권이 집권하는 한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실무협상 결렬 뒤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북한이 먼저 핵억제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어떤 신호로 읽으십니까?
리트왁 전 NSC 국장) 북한의 발언이 암시하는 것은 미국이 김씨 정권에 대해 현실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불간섭 선언’, ‘불가침 선언’을 해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라크와 리비아 사례 이후, 북한은 그런 선언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의 조합으로 북한이 리비아처럼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2011년 리비아 사태에 미국이 개입한 것은 ‘비확산’이 아닌 ‘인도주의’가 이유였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씨 정권은 절대로 핵무기 숫자를 0으로 줄이는 제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최근 기고문에서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입장을 주저하면, 북한 측에 ‘미국이 최소한의 핵무기 보유나 시설 유지를 허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트왁 전 NSC 국장)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계속 주장하면,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는 결국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는 것을 묵인하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저서에서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해 ‘거래외교’를 추진했다고 평가하셨습니다. 이런 접근법을 취했는데도 북한 핵무기 수를 줄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리트왁 전 NSC 국장) 북한은 불투명한 사회이기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듭니다.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핵을 보유하고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국내적으로 권위를 강화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이란과 핵합의를 맺는데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고위급에서 정책적 관심을 이란에 쏟고 있었다고 봅니다. 북한과는 합의를 맺을 수 없다는 견해가 반영됐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또한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고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능력을 개발하길 매우 원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기자)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실무협상 목표 중 하나는 북한의 핵활동 동결이었지만, 비건 대표가 실제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실무진이 잠정 합의 쪽으로 더 접근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리트왁 전 NSC 국장) 추측이지만, 북한은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동결을 제안하며 제재 해제를 요구했죠. 이것은 미국 입장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이 어느 정도 ‘정보 공개’를 할지,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를 얼마나 할 지 서로 재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최종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할 것입니다.
기자) 저서에서 ‘거래외교’는 ‘강압적 개입’을 동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리트왁 전 NSC 국장) ‘당근과 채찍’의 비유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정치학자들은 ‘조건적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하죠. 북한이 비핵화의 단계를 밟을 때 마다 일정 부분 제재 완화를 해서 북한이 이 과정을 마칠 유인책을 계속 주는 것입니다. 세밀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북한과 이란 핵 위기: 전환외교에서 거래외교로’를 출간한 로버트 리트왁 우드로윌슨 센터 국제안보연구 국장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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