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미 의회에서 거론돼 온 ‘다음 단계’가 새삼 주목됩니다. 의원들은 최대 압박 캠페인 복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의 동참을 다시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체로 의원들은 북한과의 현 상황이 미국의 오랜 과제인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진지하게 시험해보는 단계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북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자 미국은 ‘다음 단계’를 논의해야 할 시점에 매우 근접했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은 최근 VOA에, “어느 시점에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 다음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라 북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케인 의원] “I think at some point we have to say, ‘they're not going to do it and then we have to decide what to do.’ But again I don't fault the administration for that…”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돌아가거나 대북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보다 확고한 의견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미-북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약 5개월 전부터 이미 미국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협상 철회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녹취:쿤스 의원] “In the month sense, all we've seen is missile test by North Korea. And it's gotten to the point where President Trump needs to call Chairman Kim's bluff, and say, put up or shut up...”
최근 목격한 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뿐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 모든 것을 철수하고, 제재를 통한 압박 캠페인을 다시 전면 가동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의원은 북한의 가장 최근 미사일 발사가 감행됐던 지난 2일에도 또다시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압박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다음 단계’와 관련해, 의원들은 최대 압박 캠페인의 복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제재 부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가장 높은데, 현재 상하원에 계류 중인 대북 제재 강화 법안만 5건입니다.
북한의 국제 금융망을 원천 봉쇄하는 이른바 ‘웜비어 법안’ 또는 ‘브링크액트’가 대표적으로, 최근 상하원이 각각 통과시킨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돼 연내 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의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하원 측 대표 발의자인 공화당의 앤디 바 의원은 ‘웜비어 법안’ 통과를 통한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런 수준의 최대 압박만이 북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바 의원] “China is part of the problem in terms of North Korea circumventing sanctions. And if we have a financial institution in China that's cheating…”
북한의 제재 회피와 관련해 중국은 문제의 일부이며, 제재를 속이고 북한의 국제 금융 시스템 접근을 허용하는 은행이 중국에 있다면 이 은행을 제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드너 의원과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공동 발의한 ‘리드액트’의 핵심 내용인 유류 공급 등 대북 금수 조치 강화를 ‘다음 단계’로 꾸준히 거론하고 있습니다.
해상 보험에 대한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의회 내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민주당의 게리 코놀리 하원의원은 북한에 매우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해상 보험 규제와 같은 아직도 건드리지 않은 제재 영역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코놀리 의원] “We need to return to a situation where we put very difficult pressure on the North, with very tough sanctions, and there are sanctions that can still be had that aren't in place right now. We can go after maritime insurance…”
북한의 불법 선박 간 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들에 대한 보험 취소 또는 금지 규정을 마련하는 등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오도록 강요할 수 있는 방안은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앞서 하원 외교위 아태비확산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의원도 보험회사들에 가입된 선박이 의도적으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끌 경우, 보험을 취소하는 계약규정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이런 강력한 압박 적용을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무역이 아닌 북한 문제에 대한 협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론 존슨 상원의원은 북한이 비핵화 하지 않을 경우 남은 옵션은 별로 좋은 것들이 아니라며, 중국의 대북 압박 유지만이 북한을 비핵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존슨 의원] “I continue to say that our top priority with China needs to get their cooperation to maintain the pressure. That’s the only way that we can really get the North Koreans…”
따라서 경제 관계 등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협조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현재로선 미-중 관계의 최우선 사안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미-한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알래스카와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 미사일 방어 역량 증강과 같은 군사적 압박 강화도 최대 압박 복원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압박의 일환으로 늘 테이블에 올려놔야 할 옵션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케인 의원은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의 상황에 대해 “미국은 우리와 동맹국들을 보호할 것이고, 그렇게 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북한도 오판할 경우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경제적, 군사적 압박에 비해 외교 수단은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가드너 의원은 북한이 비핵화 하지 않을 경우 남은 옵션은 최대 압박을 계속하는 것이지만, 외교적 발판은 크게 축소된 상황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Well, continuation of the maximum pressure, but the diplomatic runway has significantly lessened…”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도 “싱가포르 회담 이후부터 미국의 제재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며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 등 여러 나라들에 의해 느슨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캠페인을 복원시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메넨데즈 의원] “I am seriously concerned that the President has not only given international recognition to Kim Jong Un from international pariah to someone who's accepted on the global stage, but also the consequences of sanctions at the end of the day…”
미국의 ‘다음 단계’는 협상의 현실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소수이지만 일부 의원들은 미국이 협상의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셔먼 의원이 대표적으로, 북한의 제한적인 핵 보유를 허용하고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는 소위 ‘부분적 비핵화’ 합의가 현실적 목표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메넨데즈 의원도 “북 핵 프로그램을 상당 수준 감축하고 추가 핵무기 생산 역량을 동결시키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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