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는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에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비핵화 실무 협상 결렬 이후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인지에도 주목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눈에 덮힌 백두산에 올랐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어떤 중대 발표를 앞두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종종 백두산을 찾았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또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말을 탄 모습을 통해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재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는 지적입니다.
`CNN’ 방송은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11번째 미사일인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소식이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북한에서 백두산은 중요한 선전 도구이며, 김 씨 일가 신격화에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은 북한이 7개월 만에 열린 미-북 실무 협상이 결렬로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을 공개했다며, 사진들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하기 전이나, 지난해 초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들어가기 전 등 중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백두산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핵 협상에서 북한이 미국에 양보를 압박하는 가운데,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치전문 ‘워싱턴 이그재미너’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실험을 곧 재개하거나 재개를 선언할 것이란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핵실험이나 ICBM 실험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정보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 사진 공개는 미 정보 당국이 분명히 눈여겨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100%. They would pay attention, just because there’s no question he was trying to symbolize something. He is not doing this out of blue for no reason. There’s some propaganda value. We know Mt. Baekdu has a symbolic value, is important to the whole Baekdu Bloodline. So the fact that he released these pictures is significant. I am sure the CIA and the intelligence community are monitoring it.”
백두산이 김 씨 일가의 이른바 ‘백두혈통’에서 의미하는 바가 중요한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런 의도 없이 이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겁니다.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외교가 결실이 없는 가운데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등 도발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We know some sort of decision is going to come out of the Kim regime. This is a prelude to that. This is why they released pictures. But what exactly is that decision? I think that’s anybody’s guess. I would think that this is his way of preparing the international community for the potential return to provocation.”
또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를 이어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There’s still a small possibility that Kim has not given up talks with Trump. Just watching and monitoring what is going on right now in terms of international relations, it makes sense for Kim to stick with Trump to see if he can get something out of Trump.”
국제정세를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유리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공개는 북한 내부용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존 페퍼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은 ‘하루에 천리를 날 수 있다’는 천리마는 북한에서 경제발전을 뜻한다면서, 백마를 탄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경제 상황을 잘 제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페퍼] “Well, I think those photos are primarily for domestic audience. They project the confidence, obviously. They have perhaps the suggestions that Kim Jong-un is riding the mythic Korean horse that can fly thousands-li one day, Chollima, which is The symbol of the economic advances, primarily within North Korea, a symbol or sign to the domestic audience that north Korean economy is doing well, and Kim Jong-un is on top of things, very literally. I think that’s primary message.”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북한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기이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폭스 뉴스’는 과거에도 정교한 선전용 사진촬영을 했던 북한의 지도자가 이번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푸틴 대통령이 말을 탄 사진과 김정은 위원장이 말을 탄 사진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은 선전용 사진을 찍었지만 ‘말 위에 탄 지도자’의 사진은 흔한 것이 아니라면서, 김 위원장도 이제 거기에 합류하게 됐다고 유머스럽게 표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독자 제보: VOA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화를 원하는 내용을 연락처와 함께 Koreanewsdesk@voanews.com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뉴스 제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제공하신 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되며, 제보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