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수 백 배 차이가 나지만 햄버거 값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서민이 먹는 패스트푸드, 속성음식이 북한에서는 값이 너무 비싸 상류층만이 즐기는 음식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최근 북한의 외식산업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햄버거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싱가포르 사업가의 점포 확대로 배달서비스까지 있으며, 한 식당은 가족과 젊은 연인들을 중심으로 매주 300~500명이 찾고 있다는 겁니다.
평양의 햄버거 식당을 주도하는 싱가포르 사업가 패트릭 서 씨는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USA 투데이’ 신문에, 2009년 처음 개업한 ‘삼태성’이 인기가 많아져 좌석이 있는 5개 식당 등 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햄버거는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속성음식으로 서민층이 즐겨 찾습니다.
샌드위치처럼 동그란 빵과 빵 사이에 고기를 갈아 만든 패티와 토마토 등 채소를 넣은 음식으로, 옛 공산권에서 코카콜라와 함께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던 ‘맥도널드’가 대표적인 판매업체 입니다.
최근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고급 햄버거를 파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쉐이크쉑’의 한국 10호점 개업 행사에 참석해 “100% 미국산 앵거스 소고기를 쓰는 맛 좋은 미국 브랜드”라고 홍보할 정도로 햄버거는 미국을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과 북한의 엄청난 경제 격차에도 불구하고 햄버거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는 점입니다.
미국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치즈버거는 2 달러, 이 업체의 대표 메뉴인 빅맥은 4 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사업가 패트릭 서 씨는 평양의 삼태성과 2017년 평양 여명거리에 개업한 ‘Green Leaf Coffee shop’ 이 소고기 햄버거를 2 달러 정도, 치즈와 베이컨을 더한 버거를 4달러에 받고 있다고 외신들에 말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 GDP는 지난해 20조 4천 940억 달러, 1인당 GDP는 6만 2천 달러에 달합니다.
국제사회가 추산하는 북한의 GDP 300~400억 달러와 580 배 정도 격차가 있지만, 햄버거 가격은 별 차이가 없는 겁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5일 VOA에, 미국에서 중산 서민층이 먹는 음식이 북한에서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It's interesting. American products that are considered a middle class at home in the US sometimes come out luxury abroad. It's an interesting story I think.”
소바쥬 전 소장은 자신이 평양에 근무했던 2009~2013년에는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한 곳에 불과했다며, 평양에 상류층이 그만큼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싼 햄버거 가격은 옛 공산권 국가들에 맥도널드 매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를 연상하게 합니다.
1990년 1월 31일, 냉전 해체의 신호탄 중 하나였던 맥도널드 매장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빅맥의 가격은 당시 한 달 버스요금보다 많은 3.5 루블이었습니다.
모스크바 시민의 한 달 평균 임금이 당시 150루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개업 당일에 맥도널드 매장 앞 푸쉬킨 광장은 줄을 길게 늘어선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서양음식 매장이 북한에 증가한다는 소식은 시장 확산 차원에서 반갑다면서도, 평양과 지방, 상하 빈부격차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북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북한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정보에 밝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과 기회를 누리기 원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들의 요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y want pop. They want rap music and they want DVD and they want South Korean shows and they want to wear t-shirts with something on the T-shirt and they want the length of their hair to change, they want to look cool and they need that. I mean it's normal. Every youth wants that. So let them eat hamburgers.”
북한의 젊은세대는 팝과 랩 음악, DVD, 한국의 쇼프로그램, 가슴에 뭔가 다른 게 쓰인 티셔츠, 길고 다른 머리 스타일 등 세계 여느 젊은이들처럼 멋지게 보이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 당국이 특권 상류층과 그 자녀들뿐 아니라 북한의 일반 젊은이들도 햄버거를 먹을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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