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대통령 탄핵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증언이 또 나왔습니다. 의료기관이 ‘종교적 신념’ 등에 따라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한 정부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고요. 이어서 지난 5일 실시된 선거에서 관심을 끄는 주민 발의안 투표 결과 정리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대통령 탄핵 조사에서, 중요한 증언이 또 나왔군요?
기자) 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대리 대사가 지난달 하원의 대통령 탄핵 조사에서 비공개로 증언한 발언록이 6일 공개됐는데요. “내가 명확히 이해하기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지원금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사를 추구할 때까지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 발언이 왜 중요합니까?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에 이른바 ‘quid pro quo’, ‘대가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가성 여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경쟁자를 궁지에 몰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는지를 가리는 탄핵 사유의 핵심인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줄곧 대가성을 부인해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군사원조 집행이, 우크라이나 당국이 실시하는 조사의 대가였는지가 쟁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월 25일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 부자의 현지 행적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는데요. 통화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4억 달러 가까운 군사 원조 집행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테일러 대리 대사의 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해야, 보류한 군사원조를 집행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관계 당국은 추문이 불거진 뒤에, 보류를 풀고 원조를 집행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은, 조사 요청과 원조는 별개라고 해명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서, 이날 발언록이 함께 공개된 커트 볼커 전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의 진술을 거론했는데요.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 이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테일러 대리 대사는 대통령 입장과 다르게 증언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밖에도 대가성을 인정하는 현직 행정부 당국자들의 증언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요.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도 4일 하원에 보낸 추가 진술서에서, 같은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측에 곤란한 상황이 되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추문’에 관해 아무런 위법 행위가 없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할 것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지시했었다고 6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는데요. 바 장관은 이런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보도 내용을 사실로 확인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과 7일 연달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워싱턴포스트가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탄핵 조사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당분간 비공개 청문회가 계속됩니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증언하는 일정이 7일로 잡혔는데요. 이날 오후까지 의회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자발적으로는 증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앞서 밝힌 바 있는데요. 볼튼 전 보좌관은 재임 당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에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또 누가 증언할 예정입니까?
기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실에서 일하는 제니퍼 윌리엄스 보좌관이 이날(7일) 소환장을 받고 출두했습니다. 윌리엄스 보좌관은, 문제가 된 7월 25일 통화 현장에 있었던 사람인데요. 어떤 증언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볼튼 전 보좌관과 함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에서 일했던 찰스 쿠퍼만 전 부보좌관의 출석도 예정돼 있었는데요. 하원 소관 상임위원회는 쿠퍼만 전 부보좌관에 대한 소환장 발부를 철회했습니다.
진행자) 소환장을 철회한 이유는 뭐죠?
기자) 탄핵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쿠퍼만 전 부보좌관 측은 하원의 출석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 법원이 판단해달라는 요청을 지난달에 제출했는데요. 연방 법원이 이 문제를 다음 달에 심리하기로 했습니다. 탄핵 조사 위원들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출석 요구를 거둬들인 겁니다.
진행자) 비공개 청문회가 마무리된 뒤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지난주 하원 본회의에서 채택한 결의안에 따라, 공개 청문회를 실시합니다. TV 중계도 진행되는데요. 6일 애덤 쉬프 정보위원장이 청문회 개시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13일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대리 대사와 조지 켄트 국무부 부차관보가 출석하고요. 15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가 증언합니다.
진행자) 공개 청문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일러 대리 대사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가성’을 비공개 증언에서 인정했고요.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에 협조하지 않다가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공개 증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적인 좌파 민주당원들과 절름발이 언론이, 공화당과 내가 2020년에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7일 트위터를 통해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탄핵 괴담”은 이미 역풍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공개 청문회 절차에 협조할 계획입니까?
기자) 원활하게 협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의 짐 조던 공화당 간사는 7일 기자들에게, 이번 탄핵 조사를 촉발시킨 ‘내부고발자’를 공개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측은 내부고발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비난하면서, 대중 앞에 나오라고 촉구해왔는데요. 하지만 민주당 측은 내부고발자의 신원 공개를 거부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양측의 대치가 예상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의료기관이 종교나 신념에 따라 진료 거부할 수 있게 한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군요?
기자) 네. 의료 종사자들이 종교나 도덕적 신념 등을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게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규정을 법원이 막았습니다. 폴 엥겔마이어 뉴욕 연방 지법 판사는 6일 판결문을 통해, 해당 규정이 미 헌법에 위배된다며 “규정 전체를 무효화(vacate)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진행자) 우선 해당 규정이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죠.
기자) 네. 이른바 ‘양심 규정(conscience rule)’으로 알려진 건데요.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종교와 신념 등에 반하는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기존 연방 법규를 확대 적용한 내용입니다.
진행자) 기존 연방 법규를 어떻게 확대 적용한 것이었나요?
기자) 대상도 넓혔고요. 제한도 없앴습니다. 기존 연방 법규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새 시행령은 원무과 직원이나 구급차 운용요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 대부분으로 확대했고요. 이들이 신념에 따라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때, 병·의원 측이 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새 시행령에서는 그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행동 범위를 넓혀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규정을 따르지 않는 의료기관은 연방 지원금을 잃을 수도 있도록 규정했는데요. 오는 22일부로 발효될 예정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법원이 왜 규정 확대를 막은 겁니까?
기자) 동성애 권리 옹호 단체와 여성 단체, 그리고 뉴욕 등 여러 주 정부가 집행 정지 소송을 냈기 때문입니다. 새 규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동성 부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보수적인 기독교 의료인에게 시술 거부당하는 사례가 빈번할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고요. 임신 중절 수술을 필요할 때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법원이 원고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건데, 정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는 아직 특별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보건후생부 대변인은 이날(6일), 판결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오히려 정치권에서 높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치권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공화당 소속 벤 새스 상원의원이, 이 문제를 대법원까지 가져가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새스 의원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미국인들의 양심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조했는데요. “기본적인 양심 권리 보호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소송을 낸 원고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법원 판결을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의 알렉시스 맥길 존슨 회장 직무대행은 “모두가 차별 없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고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측은 “종교적 신념이라는 것이, 차별 면허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 규정에 맞서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종교나 도덕 기준에 따라 환자를 차별하는 것은 불법적인 시도”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 5일은 미국의 선거일이었습니다. 여러 주와 도시에서 새로 대표를 뽑았는데요. 이날 지역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찬반 투표도 함께 진행됐는데, 마지막으로 그 결과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몇 가지 중요한 내용 살펴보면요. 우선 뉴욕시에서는 시장·시 의회 선거투표 방식을 바꿨습니다. 마음에 드는 후보 한 사람만 찍는 게 아니라, 1위, 2위, 3위 등 순서를 매겨 찍는 ‘선호 투표’ 방식으로 변경됐는데요. 이를 종합해서 당선인을 결정하게 됩니다. 서부 해안에 있는 워싱턴주에서는 지역 공무원이나 주립 대학 교직원을 임용할 때 소수계 우대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내용의 주민 발의안을 투표에 부쳤는데요.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주민 생활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책들을 투표로 직접 결정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는 길 이름을 바꾸는 발의안도 통과시켰는데요. ‘마틴 루터 킹 박사 대로(Dr. Martin Luther King Jr. Blvd.)’라는 도로명을 이전 명칭인 ‘파세오 대로(The Paseo Blvd.)’로 환원시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이 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여론 때문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0년대 흑인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미국 민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데요. 1월에 ‘마틴 루터 킹의 날’이라는 연방 기념일도 있습니다.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월, 시의회가 찬성 8표, 반대 4표로 길 이름을 바꿨는데요. 문제는 흑인 주민들이 대다수인 주변 지역에서, 이전 이름을 더 선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주민들이 왜 이전 이름을 더 좋아했습니까?
기자) 위인을 기리는 것도 좋지만, 역사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해당 도로는 캔자스시티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가장 오래된 교통로 중 하나인데요. 오랫동안 이 길의 이름이었던 ‘파세오’가, 주변 지역의 정체성을 더 잘 나타낸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시 의원들의 의견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달랐던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킹 목사의 이름이 적힌 도로 표지판을 내려야 할지를 놓고, 기독교 단체와 주민 모임 사이에 긴장도 발생했는데요. 일부 주민이 ‘파세오를 지키자(Save The Paseo)’라는 단체를 조직했고요. 3천 명 가까운 거주민 서명을 받아 도로명 환원 발의안 표결을 성사시킨 겁니다. 해당 발의안은 이번 선거에서 65% 찬성표로 가결됐습니다.
진행자)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주민 발의안을 투표했나요?
기자)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내년부터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앞서 시 당국이 판매 금지 방침을 정하자, 일각에서 그 시행을 막는 주민발의안을 이번에 표결에 부치게 했는데요. 80% 이상 반대해서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