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미국의 전방위 외교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이후 미국의 외교 움직임을 김영교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역사와 무역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난 7월 중순 한국 정치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빨리 해결되길 희망한다며, 미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여하겠다고 밝힙니다.
[녹취: 스틸웰 차관보] “Fundamentally ROK and Japan must resolve the sensitive matters and we hope that the resolution happens soon. The United States is a close friend and ally to both. We will do what we can to support their efforts to resolve this.”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이 민감한 이슈를 해결해야 하고, 해법을 곧 찾기를 희망한다면서, 미국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이어서 다음달 1일, 익명을 요청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가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발언을 합니다.
그리고 약 1주일 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합니다.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를 “계속하도록 권장하고 싶다”며 지소미아가 “북한에 대한 공동 방어에서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열흘 후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도 우방 간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피력하며 협정 연장 가능성까지 예상합니다.
[녹취: 버거 사령관] “From a military perspective, it's important to be able to share information because each country has information that the other ones will need. And, the ability to move that is very important from a military perspective. So I'm optimistic it will get worked out."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각 나라마다 다른 국가에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잘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음날인 8월 23일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가 석달 후 종료가 되면 연장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합니다.
예상을 깬 한국 정부의 결정에 미국에서는 다소 격앙된 반응이 나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실망스럽다’고 말한 겁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e're disappointed to see the decision that the South Koreans made about that information sharing agreement. We were urging each of the two countries to continue to engage, to continue to have dialogue.”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각각 계속해서 관여하고 대화를 가질 것을 미국이 촉구해 왔었는데, 한국이 정보 공유 협정을 종료하기로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각자 양국 관계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 데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국방부에서도 한국이 지소미아와 관련된 결정을 재고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녹취: 슈라이버 차관보] ““In the immediate near term we do call on the Republic of Korea to recommit to GSOMIA and to renew that agreement and we also call on both sides to participate in meaningful dialogue to address their differences.”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차관보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한국과 일본이 “상호 입장을 논의하는 의미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권고합니다.
이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미국 행정부 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나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미국과 한국, 일본이 북한의 도발적인 탄도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시기에, 한국 정부의 결정은 지역 안보를 훼손한다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별도의 성명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보다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우려를 나타냅니다.
9월 말에 들어서 미국 하원은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 간 유대와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합니다.
이어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가 서울을 방문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이 번복되기를 바란다고 밝힙니다.
[녹취: 내퍼 부차관보] “We certainly hope that korea will make the decision to return to GSOMIA before the deadline, November 22nd.”
한국 정부가 운용 시한이 만료되는 오는 11월 22일 전에 지소미아를 재개하길 희망한다는 겁니다.
지소미아 종료까지 한달도 남지 않은 11월에 들어서면서 미국 행정부의 외교 움직임에 속도가 붙습니다.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가 2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합니다.
6일엔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가 “미한동맹을 위한 한국과의 생산적인 만남을 기대한다”며 한국을 방문합니다.
[녹취: 스틸웰 차관보] “I look forward to productive meetings with your government so we can reaffirm the security alliance as the cornerstone of the peace and security here in the region.”
한국 정부와의 생산적인 만남을 통해 미한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겁니다.
비슷한 시기,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특사 자격으로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일 갈등이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면서 자신은 두 나라 간 분쟁의 해결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국무부 뿐 아니라 국방부에서도 지소미아와 관련한 언급을 이어갑니다.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는 7일 일본 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지소미아 종료 시점을 목전에 앞두고 한국에서 열린 미한군사위원회 그리고 미한안보협의회에 참석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한 목소리로 지소미아를 연장하도록 설득에 나섭니다.
에스퍼 장관은 특히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북한과 중국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지소미아를 종료할 경우 주변국에 미국과 한국, 일본이 약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서 미-한-일 3국이 함께 하면 더 강하다고 강조합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은 21일 밤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지소미아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합니다.
지소미아 종료를 하루도 채 남기지 않은 22일 미국 상원이 한국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합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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