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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긴장 속 한국 역할 주목…“중재자 vs 할 일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론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이 취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지만 그만큼 협상의 여지는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것으로, 미-북 관계 악화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4.27 판문점 회담과 9.19 공동성명, 그리고 올해 6월 30일 판문점 미-북 회동에서 한국 정부가 지대한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깊어가는 갈등 구조에서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한 것이고 양측 모두 협상 파국보다는 협상의 지속을 원하는 상황이고 특히 김 위원장은 그걸 위해서는 연말이라는 데드라인과 적당한 명분, 실리가 필요하거든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국이 사실상 그 어떤 상응 조치도 취하지 않은 만큼, 미국으로부터 관련 조치를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초강경파인 김영철의 트럼프 대통령 비난을 언급하며, 이런 양상으로 양국 지도자에 대한 비난이 확대된다면 미-북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한반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한국에 돌아온다며 한국 정부가 서둘러서 미-북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미-북 간 긴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정성장 본부장] “예를 들어서 북한이 더이상 핵실험하지 않고 또 SLBM, 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을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조기에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핵 개발 동기 자체가 안보에 대한 불안감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그런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에 계속 나오도록 그렇게 국면을 조속히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반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론적으로는 연락채널을 통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북한이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김재천 교수입니다.

[녹취: 김재천 교수] “북한이 시나리오를 써놓고 계획한 대로 실험을 추진할 태세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어떤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아마 크리스마스 전에 ICBM을 대놓고 쏘지는 않더라도 인공위성 발사, 우주개발권 자주권 얘기하면서 광명성 실험하듯이 그런 식의 도발이 벌써 계획이 돼 있기 때문에 극적인 반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의 행동이 미국의 군사행동을 불러올 정도의 자극적인 도발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한다는 전향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며, 미-북 협상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임스 김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그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이 어떤 제안을 해도 북한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7일 북한의 ‘대단히 중대한 시험’ 발표 전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센터장] “동맹으로서 같이 공조하고 합의하면서 북한 문제를 같이 다루자, 그러한 이야기 있었을 것이고 또 거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SMA 협상 와중에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 협상 차원에서 동맹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이러한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거죠.”

한편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지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창리 발사장에서의 엔진시험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1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 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미-한 동맹과 국제사회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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