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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비어 전 부차관보] “북한, 클린턴 탄핵 때 매우 당황…현 탄핵 정국, 대북정책 훼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북한이 탄핵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재선과 외교적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20년 전 탄핵 정국 때와 다르다는 진단입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북한과 활발한 협상을 벌였던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로부터 두 탄핵 국면의 차이점과 대북 접근법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던 시기에도 북 핵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평양을 직접 오가면서 협상에 깊이 관여하셨던 당시 상황을 소개해주시죠.

리비어 전 부차관보) 1998년 당시는 북한과 진지한 외교를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영변 5MW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하겠다는 북한의 위협 때문이었죠. 또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직전 북한은 일본 상공을 지나는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해 클린턴 대통령의 손은 이미 묶여 있었습니다. 제네바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지원 예산도 받아내기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기자) 클린턴 대통령 탄핵이 그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그 때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일하면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윌리엄 페리 국방부 장관 등 고위관리들과 부처간 회의, 기획 회의, 전략 회의 등을 매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북한과도 계속 협상하고 있었고요. 이런 과정이 대통령 탄핵에 영향 받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행정부 전체에 어떤 구름이 깔려 있긴 했지만, 어차피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었으니까요. 대북 접근법을 기획하면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지만 솔직히 탄핵은 요인이 아니었습니다.

기자) 자주 접촉했던 북한 관리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방북 당시 북한 관리들이 미국 대통령에 적용된 온갖 혐의에 매우 당황해 하더군요. 대통령이 상원에서 탄핵 여부를 심판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협상 자체는 훨씬 사무적이었습니다. 북한이 탄핵 국면을 이용하지도 않았고요. 어차피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은 협상과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반을 두고 제네바합의를 이행하려는 것이었으니까요. 제가 속한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의 방북팀은 북한에 양자선택을 요구했습니다. 대화, 외교, 협력, 그리고 비핵화에 따른 관계 개선의 길을 걸을 것이냐, 아니면 소외와 충돌을 길을 갈 것이냐, 그리고 미국은 어떤 쪽이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성공적 방북이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기자)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현 탄핵 정국은 20년 전 상황과 어떻게 다릅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에서 승리가 필요합니다. 재선 국면에 들어간다는 점도 클린턴 때와 다르고요. 지지도 등을 고려할 때 2020년 대선은 그에게 매우 힘든 과정일 겁니다. 북한과 관련해 내세울 만한 성공도 없습니다. 실패와 단점으로 점철된 협상 과정이었죠. 그럴 때 탄핵을 당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기회라고 여길만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절실히 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최후통첩과 위협을 쏟아내는 건 협상테이블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북한 식 최대 압박 캠페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악용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과 함께 공격받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니까요. 이런 상황은 앞으로 악화될 수도 있을 텐데 북한은 그 점을 노릴 겁니다. 미국을 쥐어짤 기회라고 볼 것이고 북한은 바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기회라고 여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많은 양보를 했는데도 말이죠. 참모들과 거의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에게 훈련 중단을 요구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이런 행운에 북한이 더 놀랐을 겁니다. 그들은 공군훈련 등 동계훈련을 실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배치와 핵 프로그램 개발도 계속하고 있고요. 따라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더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기자)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북한에 대한 집중도가 현 탄핵 국면에 영향 받지는 않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력엔 한계가 있고 탄핵 이전에도 국내 정치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미 하원 법사위가 탄핵소추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하루 동안 무려 123개의 트윗을 날렸습니다. 대통령이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법사위의 의결 여부에 이 정도 반응을 보였다면 앞으로 상원 탄핵 심리 때까지 얼마나 집중력이 떨어지겠습니까? 미국의 대북 정책 뿐 아니라 온갖 사안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공세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진행되는 절차에 개인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를 느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 응당 해야할 일들을 처리할 역량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상원에서 탄핵안을 무력화해도 대북 정책 등에 탄핵의 여파가 한동안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시나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그 단계까지 가는데도 절차가 남았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소추안을 곧바로 상원으로 넘기지 않고 있으니까요.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은 상원이 탄핵 심판에서 특정 규정을 채택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 (상원) 공화당은 탄핵안을 부결시킬 수 없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엄청난 짐을 계속 안게 된 겁니다. 탄핵 당하고 심판 받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무죄 선고 또한 늦어지니까요. 그리고 이후 상원에서 구제가 된다 해도 탄핵의 오점은 오래 남을 겁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경험했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로부터 현 탄핵 국면이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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