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싸우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관심을 원하고 있으며, 어떠한 도발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동결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제제 완화 등 상응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강력한 대북 제재 이행을 재개하고, 제재의 구멍을 막는 한편,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때까지 대북 압박이 높아질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 업무를 관장했던 러셀 전 차관보를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유예 중단을 위협했습니다. 미-북 양측이 긴장 국면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이미 긴장 국면에 들어왔습니다. 북한이 2019년 5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하면서 긴장 국면은 시작됐습니다. 긴장을 낮춘 뒤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또다시 긴장을 조성하는 건 북한의 반복되는 패턴이죠.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 회의 결과를 통해 두 가지 신호를 보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길 원한다는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는 허구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전념해 있는지 시험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도발 수위를 어느 정도나 높일 것으로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북한이 더 큰 도발을 하고 싶다면 가능한 옵션이 몇개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무기 혹은 특수부대 공격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처럼 말입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도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험도 낮게 평가해선 안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사이버 부대 창설을 지시하고 한국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새로운 전략무기 시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북한은 어떠한 도발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린 일입니다.
기자) 북한이 어떠한 도발도 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러셀 전 차관보) 김 위원장은 위협을 실제로 실행하기보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는 굉장히 모호했고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놨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은 핵실험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면 그대로 실행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죠. 김 위원장은 싸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받고 싶어합니다. 전원회의를 통해 최후통첩을 했고, 전원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들은 동기 부여를 위한 도구인 것입니다.
기자) 오는 3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을 앞두고 다시 미-북 간 긴장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인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의 불법적인 핵실험과 동일하다는 북한의 입장에 동의한 것은 커다란 실수였습니다. 북한이 군사훈련들을 중단했습니까? 혹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을 중단했습니까? 아닙니다. 미-한 연합훈련은 도발적인 ‘전쟁게임’이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 군대를 위한 필수적인 훈련이고 방어 태세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자) 미-한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중단에 상응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러셀 전 차관보) 김 위원장은 1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얻어낸 것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밝혔던 겁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호의를 베풀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함정에 빠져선 안 되는게 이는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사안들입니다. 따라서 미-한 연합훈련 중단 카드는 협상 의제로 올려져서도 안 됐던 겁니다. 연합훈련은 반드시 재개돼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더 강한 대북정책을 펼 때라고 생각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더 현명한 대북정책을 택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친구이고 멋진 사람이라는 희망 사항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미국이 하려는 것은 김 위원장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 외에는 어떤 다른 옵션도 없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의 연대와 대북 방어 역량을 재설립해야 하고 동맹국들을 ‘무임승차자’로 치부해선 안 됩니다. 또, 대북 제재의 강력한 이행을 재개하고 제재의 구멍을 막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북 압박은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확립해야 합니다.
기자)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묻겠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신호가 있다고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아니요, 트럼프 행정부 때의 지난 기록들을 보면 북한은 비핵화를 논의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협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무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합니다. 제재 완화와 평화협정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말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시간끌기, 혹은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받아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기자) 북한이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러셀 전 차관보) 북한은 ‘내가 도발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현재 굉장히 천천히 행동하고, 미국에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신호를 보내는데서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원하는 것을 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통해 입증된 건, 북한이 도발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면 도발할 것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 대통령을 더 압박하고 싶어합니다. 실제로 도발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어떻게 비핵화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러셀 차관보) 첫 번째 우선순위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를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뒤로 돌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용어 합의를 이루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취할 상응 조치들을 따져보는 겁니다. 상응 조치로는 대북 제재 완화에서부터 미-북 관계 정상화, 그리고 대북 경제 지원이 포괄적으로 포함될 겁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상황을 어떻게 북한에 유리하게 끌고 갈 것으로 보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렛대를 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탄핵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졌다고 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덫에 갇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중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북한 문제가 해결됐고 북한의 위협은 더 이상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구가 유지될 수 있게 말입니다. 또, 북한은 재선되지 않을 수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북한은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와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매우 불안해했습니다.
기자) 대선 때까지 어떻게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는 김정은 위원장을 달래기위해 또 한번의 어정쩡한 합의나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물론입니다. 우리 모두 이 가능성을 우려해야 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합의를 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는 속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과 타협하는 합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합의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인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향후 미-북 협상 전망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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