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는 미국의 대학들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대표적인 리버럴아츠 대학의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스 칼리지(Williams College)'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국에는 초대형 종합대학교도 많지만 작고 강한 대학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윌리엄스칼리지도 그중 하나인데요. 윌리엄스칼리지는 미국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지가 매년 선정하는 대학 순위에서 17년째 국내 리버럴아츠 칼리지들 중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고 있는 명문 중의 명문 대학입니다. 미국에서 38년간 대학 진학 상담과 교육을 해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의 도움말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미국의 대학들은 크게 분류하면 대개 '유니버시티(University)'라고 하는 종합대학교 부류와 '리버럴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라고 하는 순수 학문을 지향하는 ‘칼리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간 소개해드린 미국의 대학들이 순수 학문과 실용 학문을 겸비한 종합대학교 위주였다면, 이번에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대학은 리버럴아츠, 즉 인문학과 교양을 중심으로 하는 성격의 대학입니다."
"리버럴아츠 대학이란?"
네, 리버럴아츠 대학이 어떤 성격의 대학인지 여전히 좀 낯설게 여겨지시는 분들 있을 텐데요. 교육전문가 손승호 씨의 설명 좀 더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라틴어 원어로 볼 때 리버럴이라는 말은 'liberalis'에서 나온 말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엘리트, 즉 지성인을 뜻합니다. 미국 대학에서 리버럴아츠 교육이라고 하면, 공학이나 의학, 경영학 같은 실용주의에 중점을 둔 학문과는 달리, 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어학, 예술 등의 넓은 분야를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리버럴아츠 교육은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가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How to Think' 과정을 강조합니다. 시대가 변천하면서 리버럴아츠의 범주는 그 영역이 포괄적으로 넓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농업, 경영, 치의학, 의학 등과 같은 실용주의 학문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리버럴아츠 칼리지를 졸업하는 많은 학생이 법학이나, 경영학, 의학 등의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추세인데요. 그런데 요즘은 많은 대학원이 리버럴아츠 학문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하네요.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예를 들어, 미국의 의과대학은 과거에는 과학 영역의 과목을 중심으로 지망자를 입학 과정에서 심사했는데, 지금은 필수 과학 과목들 이외에 많은 과목을 리버럴아츠 분야에서 택할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리버럴아츠 교육을 통해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좀 더 효과적인 의사전달 능력을 길러주고, 동료 의사, 간호사들과의 관계 등 긍정적이고 폭넓은 능력을 배양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유서 깊은 동부의 명문 리버럴아츠 대학들"
미국에는 이런 리버럴아츠 교육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가 수백 개 있는데요. 유서 깊은 명문 리버럴아츠 칼리지들은 대부분 동부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네요. 다시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전통적으로 소형 아이비리그로 분류되는 대학들로, 매사추세츠주의 앰허스트칼리지, 윌리엄스칼리지, 메인주의 베이츠칼리지, 보드윈칼리지, 버몬트주의 미들베리칼리지, 펜실베이니아주의 허버포트칼리지 등이 있습니다. 또 소위 5대 여자 명문이라고 해서, 웰즐리, 스미스, 브린마, 버나드, 마운트홀리요크칼리지가 대표적인 여자 명문 사립 리버럴아츠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윌리엄스칼리지의 위상"
그럼 윌리엄스칼리지가 어느 정도 수준의 학교인지 알아볼까요?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윌리엄스칼리지는 매년 미국의 대학들의 순위를 발표하는 'US News &World Report' 2020년 평가에서 미국의 전체 리버럴아츠 칼리지 중에서 17년간 계속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대학입니다. 또 미국의 저명한 경제 주간지 '포브스(Forbes)'지는 매년 미국의 종합대학교들과 순수학문을 지향하는 리버럴아츠 칼리지들을 모두 통합해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데요. 2019년에는 미국 전체 대학교들 중에서 아주 소형 대학인 윌리엄스칼리지가 19위에 올랐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윌리엄스칼리지"
윌리엄스칼리지는 1793년 매사추세츠주에서 남학생들만의 학교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매사추세츠주의 대지주이자 민병대 사령관이었던 에브라임 윌리엄스 대령의 유지를 받들어 세워진 학교인데요. 윌리엄스칼리지의 초기 역사의 발자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의 도움말로 짚어보겠습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740년대 에브라임 윌리엄스의 집안은 매사추세츠 지역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재력 있는 가문이었는데요. 그 무렵 윌리엄스는 매사추세츠 군기지를 사수하는 민병대의 지휘관이었습니다. 하지만 1755년 전사하는 비운을 맞게 됐습니다. 이후 그의 유언에 따라 1791년, 에브라임 윌리엄스가 헌납한 저택과 부지에 '윌리엄스타운프리스쿨'이라는 이름의 학교가 세워지는데요. 이게 바로 매사추세츠주에서 하버드대학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자 리버럴아츠 칼리지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윌리엄스칼리지의 전신입니다."
"설립 전부터 논란에 휘말린 학교"
하지만 윌리엄스칼리지가 탄생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이 대학 설립에 대해 하버드대학교 동문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네요.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윌리엄스칼리지에 대한 미국 역사가들의 저서를 보면 '매사추세츠에 또 다른 대학 설립은 불필요하다.' '이 대학은 이미 130년 전, 초기 식민지 정착민들에 의해 설립된 하버드대학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이런 글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현존하고 있는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두 개의 대학으로 나누는 것은 자칫 대학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고, 식민지 지역에 분열을 초래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등 윌리엄스칼리지 설립에 반대하는 여론이 꽤 컸습니다."
결국 에브라임 윌리엄스가 사망한 지 30년도 훨씬 지나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학 역사 자료에 따르면 윌리엄스칼리지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19세기 때만 해도 미국의 대학들은 졸업식 때 저마다 제각각 유럽 성직자들의 외출복을 본 따 만든 학위복과 학사모를 썼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은 대학의 특징을 살린 통일성 있는 학위복과 학사모를 쓰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되는 데는 한 윌리엄스 칼리지 학생의 기여가 컸다고 합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887년 윌리엄스칼리지에 재학중이던 가드너 C. 레너드라는 학생이 자신의 졸업식에 자신을 포함해 모든 졸업생에게 졸업가운과 모자를 디자인해서 입혀 큰 화제가 됐습니다. 통일된 졸업가운과 모자를 쓰게 했던 이유는 부유한 학생과 가난한 학생들의 신분의 격차를 없애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년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대학예복제정위원회’ 회의가 열리게 됩니다. 이 자리에는 레너드 씨도 초청됐고요. 1895년, 오늘날 미국에서 통용되는 대학 졸업의상이 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