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의 명문 리버럴아츠 공대인 ‘하비머드칼리지(Harvey Mudd College)' 소개해드리겠습니다.
‘STEM 계의 숨은 강자 하비머드”
미국의 좋은 명문 이공계 대학교를 꼽으라면 흔히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나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를 듭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하비머드칼리지는 학계에서 인정하는 우수성과 권위에 비하면 그렇게 잘 알려진 대학교는 아닌데요. 하지만 STEM 분야에서는 널리 알아주는 명문 중의 명문 대학입니다.
STEM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영문 첫 자를 따 만든 말인데요. 오늘날 STEM 분야 학문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죠. 하비머드칼리지는 바로 이 STEM 계의 또 다른 강자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비머드는 모든 전공이 STEM 분야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미래의 공학자, 과학자, 수학자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하비머드칼리지의 피터 오스굿 입학처장의 소개말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피터 오스굿 입학처장]
하비머드는 학부 중심의 STEM 대학으로서, 미국의 고등 교육계에서도 흔치 않은 독특한 학교라는 겁니다. 하비머드의 학생들은 광범위한 수학과 과학 교육부터 배우게 되는데요. 하지만 가르치는 방식은 교양 철학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고 오스굿 입학처장은 소개하네요.
“전교생 900명의 초소형 대학”
하비머드칼리지는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클레어몬트’시라는 곳에 있습니다.
1955년, 광산 기술자이자 투자자였던 하비 실리 머드라는 사람이 자금을 제공해 설립된 학교고요. 학교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입니다.
2019 가을 학기 기준으로 전교생이 900명이 채 안 되는데요. 웬만한 대학은 보통 학부생이 몇천 명은 되고요. UCLA처럼 초대형 종합대학의 경우 학부생만도 3만 명이 넘는 걸 생각하면 하비머드는 정말 소형 중의 초소형 대학인 거죠.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졸업생들”
내노라하는 미국의 다른 명문 대학들에 비해 설립 역사도 많이 짧고, 학생 수도 1천 명 미만이라고 하면 대부분 하비머드의 우수성에 고개를 갸웃거리실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공 계통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하비머드의 명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매년 미국 대학을 평가 발표하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 지 2020년 발표에서 하비머드칼리지는 리버럴아츠대학들 중에서 공동 23위에 올랐는데요. 하지만 박사 학위를 제공하지 않는 학부 중심의 공대 순위에서는 늘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명문 공대입니다.
특히 STEM 분야에서 이 학교 졸업생의 취업률도 높고요. 무엇보다 하비머드칼리지 출신은 연봉을 많이 받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페이스케일(PayScale)’이라는 미국의 전문 연봉 조사업체가 매년 학교별 연봉 순위를 발표하는데요. 하비머드는 3년 연속, 학사 출신으로서는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학교로 꼽혔습니다.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이 학교 출신 직장인의 중간 연봉은 약 15만8천 달러로 이는 MIT나 캘택 학사 출신보다도 많다고 하네요.
“장점은 최대화, 단점은 최소화”
하비머드칼리지는 ‘클레어몬트칼리지스(Claremont Colleges)’라고 하는 특수한 대학군에 속해있습니다. 쉽게 말해 클레어몬트 지역에 있는 여러 학교를 하나로 묶어 작은 대학이 갖는 장점들, 예를 들어 교수와의 친밀한 접촉 같은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반면 전공이나 시설의 한계 같은 단점은 최소화시키기 위한 연합체인 거죠. 물론 각 대학의 고유성은 그대로 간직하고요.
클레어몬트대학군에는 하비머드를 비롯해 피처(Pitzer), 포모나(Pomona), 스크립스(Scripps), 클레어몬트맥케나대학(Claremont McKenna) 등 5개의 학부 대학과 2개의 대학원 등 7개의 학교가 속해 있는데요. 반경 dir 2km 안에 대부분의 대학이 있기 때문에 서로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다른 대학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요. 마음대로 원하는 대학에 가서 강의를 들어도 됩니다. 물론 학점도 정식으로 인정됩니다.
[녹취: 피터 오스굿 입학처장]
수학과 과학 중심 학교인 하비머드의 학생들은 셈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런 교차 수강의 장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오스굿 입학처장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학생이 재학 중 적어도 한두 번은 다른 학교의 강의를 듣고, 하나도 안 듣는 학생은 없다는데요. 이렇게 자유롭게 여러 대학을 오갈 수 있는 게 바로 하비머드의 특징 중 하나인데요. 각 대학이 가족처럼 함께 일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네요.
하비머드 학생들은 또 다른 대학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 등도 맘껏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
하비머드칼리지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일대에 한인 등 아시안 인구가 많고, 이들의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아시아계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재학 중인데요. 2019년 가을 학기 기준, 백인 학생은 약 27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계 학생도 약 180명으로 전체 학생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흑인 학생은 40명이 채 안 되죠.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은 거의 반반씩이고요. 학생 대 교수 비율은 8명당 1명꼴입니다.
2018년 가을학기, 하비머드칼리지의 입학 허가율은 약 14%였습니다. 그러니까 100명 지원하면 14명 정도만 입학할 수 있다는 거죠. 하비머드는 어떤 학생들을 선호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녹취: 피터 오스굿 입학처장]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점수만으로는 눈에 띄기 어렵다는 게 오스굿 입학처장의 설명입니다. 그들의 가슴과 머리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높이 평가한다는 겁니다.
사실 하비머드는 STEM 학문에 집중하는 특별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인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교로도 유명합니다.
훌륭한 공학자, 과학자가 되기 이전에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능력,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인문교육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하비머드의 교육 철학이죠.
[녹취: 피터 오스굿 입학처장]
하비머드는 예를 들어 학생들이 무용이나 하키 같은, 공부 외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이런 것들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이 담긴 교육 과정의 일종이라는 설명입니다.
하비머드 출신들이 직업 현장에서 특별히 높은 연봉을 받고 인정을 받는 것, 그들의 어떤 특징이 현장에서 강점으로 나타나는 건지 어쩌면 오스굿 처장의 이야기에서 해답 하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비머드의 재정 지원 정책”
하비머드의 학비는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2019-2020학년도 하비머드의 학비는 약 5만8천 달러, 여기에 기숙사비 약 1만9천 달러까지 포함하면 1년에 자그마치 7만7천 달러가량 됩니다. 한국 돈으로 1년에 거의 9천만 원 이상 드는 겁니다.
다행히 하비머드는 모든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학생들에게는 이른바 ‘니드블라인드(Need Blind)’ 정책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우수한 학생이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하비머드에 입학하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 측이 지원 학생의 재정적인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입학할 수 있게 돕는 거죠.
현재 하비머드칼리지 학생의 70%가량이 성적 장학금 등 어떤 형태로든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녹취: 피터 오스굿 입학처장]
하비머드는 총명한 사람들을 데려와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오스굿 입학처장은 이야기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학업 부담이 제법 심한 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상력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거라고 오스굿 처장은 말하네요.
하비머드 학생들은 4년 안에 졸업하는 비율이 85% 이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기도 합니다.
[녹취: 하비머드 가족 주간 홍보 영상]
하비머드는 매년 2월경, ‘Family Weekend’라는 행사도 열고 있습니다. 이때는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학교를 찾아 그야말로 떠들썩한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데요.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 동문, 부모들은 하비머드의 가족 같은 분위기, 학교 총장이 학생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곳, 학생들이 교수와 쉽게 친분을 쌓고 즐겁게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진정한 대학의 모습을 갖춘 학교라고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