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최근 ‘델타(Delta)’를 비롯한 변이가 세계 곳곳에서 퍼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아, 보건 당국이 우려하고 있는데요. 백신에 관한 허위 정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게 접종률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해온, 캐런 와인스트럽 USA투데이 건강 전문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와인스트럽) 네. 제 이름은 캐런 와인스트럽입니다. 미국 유일 전국 신문인 USA투데이에서 건강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건강 전문기자로서, 최근 쓰신 기사 중에 중요한 걸 하나 꼽아주시죠.
와인스트럽) 지난 18개월 동안은 코비드(COVID-19ㆍ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건강 관련 분야에서) 요즘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독자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쓰는 기사마다 반응이 적극적으로 들어옵니다. 요즘 기자 생활이 참 즐거워요. 하하하. ‘부스터 샷(booster shot-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추가 접종)’ 추진 계획을 빠르게 보도한 게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백신에 관한 정보가 사실인지 검증한 기사도 크게 관심을 모았습니다.
기자) 기자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와인스트럽) 어디 보자…, 한 30년 됐나?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1990년대 초반에 지역 언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요. 얼마 전까지 동부 유력신문인 ‘보스턴 글로브’의 보건-과학 담당 에디터로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초부터 USA투데이에서 건강 전문기자를 맡고 있는데요. 코비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막 터졌을 때, 관련 보도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쪽으로 온 겁니다. 대학에 출강도 하고 있는데요. 하버드대학교 평생교육원(Havard Extension School)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또, 보스턴대학교에서 과학 보도(science journalism) 석사 과정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기자) 30여 년 전에 언론에 입문하신 계기는 뭔가요?
와인스트럽) 매일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직업이라 흥미를 느꼈습니다. 최근 상황만 봐도 그래요. 지금은 제가 언론계에서 코비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문가로 꼽히지만, 18개월 전에는 안 그랬죠. 코비드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새롭게 접하는 사안이었으니까요. 말하자면, ‘끊임없는 배움’의 기회가 언론계에 있어요. 제가 먼저 배우고 익혀야, 독자들에게 잘 설명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 매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기자) 미국 대다수 언론이 코로나 사태에 관해 와인스트럽 기자의 보도를 참고하거나 인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데, 요즘 누구보다 바쁘실 것 같습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나요?
와인스트럽) 그때그때 달라요. 그런데, 예측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점은 매일 같습니다. 하하하. 지난주에는 아침에 일어나 씻기도 전에, 잠옷을 입은 채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긴급한 사안이었는데요. 예전에는 신문에 마감 시간이 있어서 여유가 좀 있었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온라인에도 기사를 띄우기 때문에, 일분일초라도 빨리 쓰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속보가 있는 날이 아니라면, 보통은 오전 7시 30분쯤 뉴스를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해요. 그리고는 퇴근 시간 없이 일합니다. 저녁 먹고 밤까지 업무가 이어집니다.
기자) 왜 그렇게 늦게까지 일해야 하나요?
와인스트럽) 취재원들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놓으면, 답변을 듣는 시간이 대중없으니까요. 그래서 기사 하나를 마무리하는 시각이 보통 밤 9시나 10시 정도 돼요. 이젠 저도 나이가 있어서, 어떨 땐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저희(기자)들이 노력하는 만큼 독자들과 미국 사회의 대중이 좋은 정보를 받아보시기 때문에, 그걸 보람으로 여기고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30여 년간 써오신 기사 중에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하나 꼽아주실 수 있나요?
와인스트럽) 사실 하나만 꼽기가 좀 어렵네요. 쓰면서 즐겁고, 반응도 흡족했던 기사가 많거든요. 저는 인터뷰 기사를 좋아하는데요. 과학ㆍ보건 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통찰력을 배울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인터뷰 기사들은 신문에 실은 뒤에 딱딱한 활자 느낌이 덜 해요. 사람을 만나는 거라서, 독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최근에 ‘부스터 샷’ 추진 기사를 쓸 때, 스탠퍼드대학교 소속 그레이스 리 박사(한인 여성 소아 감염병 전문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추가 접종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자료가 많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제가 확인한 자료와 증거들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래서 자신 있게 관련 사항들을 보도했습니다.
기자) 그동안 건강 문제와 보건ㆍ 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주제를 다뤄오셨는데, 만일 태어나기 전,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하나 취재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하고 싶은가요?
와인스트럽) 음…, 아마도 ‘빅뱅(Big Bangㆍ우주 기원에 관한 대폭발 이론)’이 아닐까 싶어요. 빅뱅 이후에 우리 모두가 존재하고 있는 거니까요. 과학 보도 분야에서 그것보다 더 큰 주제는 없을 겁니다. 제가 빅뱅을 실제로 볼 수는 기회가 생긴다면, 원리와 과정, 영향 등을 심층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이렇게 언론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까지,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와인스트럽) 언론계는 저뿐 아니라 모든 여성이 어려움을 겪는 곳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근무 시간이 대중없기 때문에 특히 그래요. 젊은 엄마들의 경우 엄마 역할을 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은 아이들이 장성해서 제 곁을 떠났지만, 젊었을 땐 육아와 기자 업무를 병행하기가 버거웠어요.
기자) 그래도 젊은 여성들에게 언론계 입문을 권유하시겠습니까?
와인스트럽) 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현실적인 어려움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극복할 의지가 생기고 방법도 뒤따라옵니다. 언론계 입문 후 자식을 키울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일에서는 한 번도 권태를 느낀 적이 없어요. 그만큼 흥미롭고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언론계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니까, 현실적인 조건도 나아졌어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와인스트럽) 음…, 한 7점 정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그것보다 높은 점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좀 낮아졌다고 봐요. 언론인들을 향한 적대 행위가 눈에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정치인들이 언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놓고 표현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된 발언으로 특정 매체나 언론인들을 공격하는 경우를 우리 모두가 봤잖아요.
기자) 언론을 향해 비판 발언을 하는 것도 정치인의 자유 아닐까요?
와인스트럽) 물론, 그런 행위가 물리적인 언론 탄압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정부가 기자들을 잡아 가두고, 언론 활동을 옥죄는 곳들도 있으니까요. 그것과는 분명 다르죠.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이 특정 매체나 언론인을 공격하면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권력자의 발언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실리니까요. 그런 발언은 해당 매체의 보도 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이미 자유가 침해된 거예요. 따라서 언론은 소신껏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보호해주고, 잘못된 기사나 보도가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맞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권력자들이 언론을 직접 공격하는 선을 넘었어요. 허위 정보로 언론에 맞서고 있습니다.
기자) 권력자들이 허위 정보를 내세워 언론에 맞서는 것, 어떤 예를 들 수 있습니까?
와인스트럽) 누구라고 특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유력 의원 가운데 ‘반(코로나) 백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백신의 효능이 없다거나, 정부가 대중을 조종하고 있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합니다. 주요 매체가 백신에 효용성에 관해 보도한 내용을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띄운 뒤 ‘가짜 뉴스’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부풀려서 강조합니다. 물론 백신에 부작용이 있지요. 부작용 없는 의약품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작용보다 대중의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국이 긴급 사용 승인을 한 겁니다. 그런데도 대중의 이익에 반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정치인이 있어요. 보수 진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발언과 정치 행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자로서 백신에 관한 진실을 알리는 기사를 쓸 때, 해당 정치인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이 쏟아집니다. 그러면 ‘기자 생활 참 힘들다’ 싶어요. 그렇게 힘들더라도, 저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이런 상황과 싸워야 할 시점입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와인스트럽) ‘양성평등’에 관해서는, 세계 모든 곳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아직 발전시켜나갈 여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언론 자유’를 말씀드리면, 저는 미국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한 없는 환경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걸 상상할 수 없는 곳도 지구상에 있으니까요. ‘언론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아까 권력자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을 잠시 위임하는 체계입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까요. 그런데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할 경우, 그걸 비판하고 바로 잡는 역할을 언론이 합니다. 따라서,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 실현 정도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캐런 와인스트럽 USA투데이 건강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