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대립 양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의 협력 기회도 줄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중 갈등 사안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은 지난달 17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동’이 마지막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홍콩 문제 등으로 양국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날 회동에서 미국 측은“양국 간 산업, 안보, 외교 분야에서 완전한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습니다.
당시 회동에는 대북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도 참석해 중국 측과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녹취:스틸웰 차관보]“The opportunities for cooperative behavior with PRC of late are – seem to be fewer and fewer. But there are areas of obvious cooperation, and North Korea seems to be the obvious one.”
최근 중국과 협력적으로 행동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분명한 협력 분야가 있고, 북한이 바로 그런 분야로 보인다는 겁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어 미-중이 협력한다면 북한도 핵 협상 재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에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겁니다.
하지만 계속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간 분위기를 보면 북한 문제에 대한 양측의 협력 기회도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대남공세로 최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7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이번 방문이 비핵화(FVID)를 포함해 양자와 국제 현안에 대한 ‘동맹 간 긴밀한 협력’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비건 부장관이 처음으로 역내를 찾았지만, 중국은 방문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비건 대표가 지난 연말 북한의‘성탄선물’과‘연말시한’발언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 상황이 조성됐을 때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상황과는 대조적입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역내 방문 계획이 최근 미-중 관계까지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과‘홍콩 보안법’과‘신장자치구 인권 탄압’, 정보통신 보안 문제 등 전방위적으로‘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은 9일 국무부 외신 기자회견에서 홍콩 보안법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중국을 향해 ‘공산주의 폭정’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녹취:폼페오 장관]“We’re spending significant time on defending the Hong Kong people in the face of communist tyranny.”
국무부는 이날 신장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침해 혐의로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 3명에 대해 입국 금지와 미국 내 자산 동결의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또 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중국산 소셜미디어 앱 ‘틱톡’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미국이 내정간섭을 즉각 중단하고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외교부 대변인]“We urge the United States to immediately stop using issues to interfere in China's internal affairs and not to go down too far among the wrong path..."
이런 가운데 “미국과 마주할 생각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북한은‘홍콩보안법’ 논란과 관련해 미국을 비난하며 중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5일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중국 측에 서한을 보내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지켜야 할 국가관계의 기본원칙"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중국 주재 지재룡 북한대사는 지난 3일 중국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미국의 간섭과 독단을 막고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인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