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회계감사원이 미한, 미일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현재의 분담금 산정 기준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미군의 역내 주둔은 대체로 국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행정부에 대한 회계와 감사, 정책 평가를 관장하는 의회 산하기관인 회계감사원(GAO)이 2016년부터 4년간 한국, 일본과 맺은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따른 비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17일 공개했습니다.
‘부담 공유: 주일 미군과 주한 미군에 관련된 혜택 및 비용’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의회가 지난해 국방수권법에 명시한 요구에 따라 작성됐으며, 상,하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 그리고 관련 소위원회에 각각 제출됐습니다.
회계감사원은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은 비용 정보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의 회계 기준에 따른 감사를 진행했으며, 국방부와 국무부 관계자, 민간 출신 전문가 9명과의 질적조사를 통한 분석도 동반했습니다.
그 결과 역내 안정과 안보, 북한 비핵화와 비확산 증진, 일본과 한국의 방위 역량과 상호운용성 개선, 동맹관계 강화, 재해 등 비군사부문에서의 유사시 긴급대응,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 증진이라는 6가지 항목에서 미군 주둔에 따른 미국의 안보 이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가 미군의 일본과 한국 주둔을 위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각각 209억 달러, 134억 달러를 부담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동맹국이 부담한 직접 비용은 일본이 126억 달러, 한국이 58억 달러였다며, 한국의 경우,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건설, 보급, 노동비용 등에 들어간 25억 달러를 합한 수치라고 덧붙였습니다.
회계감사원 “간접비용은 포함 안돼…동맹국 회계기준 적용 어려워”
다만 미군에 증원된 한국군인 카투사(KATUSA) 관련 비용과 기지 주변 환경 조성비, 미군기지 때문에 발생하는 부동산 임대료 손실 지원, 관세, 도로 통행료 등의 면세 지원은 이번 조사에서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비용 측면에서 보면,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병력 수를 줄인다고 해도 전체적인 미국의 부담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령 주한미군 병력이 다른 곳으로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해당지역에서 그와 유사한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방위비 분담금 분석을 통해 나온 6개 결론에 반대하거나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의 소수 의견도 함께 실었습니다.
예를 들어 역내 안정과 안보 관점에서 미군의 주둔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설문에 응한 9명의 전문가 가운데 2명은 중국과 북한의 잠재적 선제 타격에 따른 전진배치 병력의 위험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소개했습니다.
소수 의견도 게재…“한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본보다 덜 동조적”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목표 증진과 관련해서도 2명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목표에 일본보다 한국이 덜 동조하고 있는 상태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이례적으로 영문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 요약본도 함께 첨부해 공개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다이아나 마우러 회계감사원 국방역량·관리 담당 국장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글과 일본어 번역 요약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의회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마우러 국장] “They (US Congress) required us to take a look at this really important issue in the benefits and costs of US military presence in Japan and South Korea so we knew there would be a lot of interest in the results of our work in both of those countries and so we thought it was important to have a translation…”
또 마우러 국장은 보고서에서 명시한 분담금의 간접비용 산정의 한계와 관련해 동맹국의 간접비용 뿐 아니라 순환배치 비용 등 미국의 간접비용 또한 배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 마우러 국장] “So we were very careful to do from our perspective at GAO. Since we are politically nonpartisan and independent, we did not want to take a position on SMA negotiations. We do not want to take a position on 'how many troops should the US have in South Korea?' or 'how many ships are they made for the US based in Japan?'. We don't have an official view on any of those things. We're just reporting on the dollar value of what it costs”
마우러 국장은 회계감사원이 초당적 독립 기관이라며, 최근 타결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나 주한미군 숫자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질적조사에서 인용한 미 행정부 관리들이 이번 행정부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서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연합토지계획관리 사업, 분담금 미집행금으로 상쇄”
주한미군관계자 "미집행금 대체성은 SMA범위 내서만 적용"
이밖에 보고서는 다른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인 연합토지계획관리(LPP)의 경우 총 예상 비용이 33억달러에 달한다며, 사용하다가 남은 이전 분담금 미집행금에서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우러 국장은 미집행금의 대체성(Fungibility)과 관련해 한국사회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추론이 가능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현금 지불 등 직접비용 분석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일부 한국 언론에서 최근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낸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미집행금 8억 5천만 달러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최근 VOA에, 관련 보도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미집행금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 범위 내에서만 전용을 허가하는 대체성(Fungiblity)을 갖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년도에 건설부문 등에 한도를 넘어선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미집행금 활용에 따른 자금운용의 유연성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