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것은 현명하고 옳은 결정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국경 지역과 은행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영해에 들어오는 외국 선박에 대해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군 병력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국제 사회는 초긴장 속에 사태를 주시했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시 대국민 연설에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 오후 백악관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며 종전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철군 결정은 “옳고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미국을 위한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철군 과정에서 야기된 혼란으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죠?
기자) 네. 일각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민간인 대피 작전을 좀 더 빨리할 수는 없었느냐, 좀 더 질서 있게 할 수는 없었느냐 등의 지적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반박했습니까?
기자) 시기를 한두 달 앞당겨 대피 작전을 시작했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항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전의 한 가운데 미군 수천 명이 투입되고, 12만 명을 대피시킨다면, 혼란과 도전, 위협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임 행정부들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들에 대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네. 전임 행정부들이 명확하고, 성취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고 미국의 국익에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아프간 전쟁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희생을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 전쟁은 이미 10년 전에 끝냈어야 한다며, 자신은 이 ‘영원한 전쟁’을 계속하거나 ‘영원한 탈출’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미국민에게 솔직해질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아프간에서 기약 없는 임무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세상은 바뀌었고, 미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주목했는데요. 미국은 지금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러시아와도 사이버 공격, 핵확산 등 다방면의 도전 과제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1세기 경쟁에서 미국은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 동안 행정부가 4번 바뀌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한 대테러 작전을 명령했고요. 바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 철수 시한을 발표하면서 자신은 후임 대통령에게 결코 이 숙제를 넘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철군 결정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답했고요. 42%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전쟁을 끝내고 철군한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다소 우세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철군 과정 등 아프간 상황을 잘 다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훌륭했다” 또는 “잘했다”라는 대답은 25%에 그쳤고요. “공정했다”는 대답은 29%, 반면 “잘못했다”는 대답은 42%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미군이 철수한 후, 아프간 현지 상황은 지금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의 마지막 수송기까지 떠나고, 이제 항공편으로 아프간을 탈출할 길이 막힌 사람들이 국경 지대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국경 지역에는 수천 명이 탈출할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수도 카불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탈레반 대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며 곳곳에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들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 탈레반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은행에서 현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행렬도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이 현금 인출을 허용하고 있나 보죠?
기자) 현재 탈레반은 정부 기관은 물론, 은행과 병원 등을 장악하고 전면 통제하고 있는데요. 은행의 현금 인출 한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1일, 카불의 한 은행 앞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한 여성을 막대기로 구타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목격한 한 20대 초반의 여성은 로이터 통신에 말로만 듣던 탈레반의 모습이라며 두려움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탈레반은 20년 전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과거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워 인권유린과 공포정치를 자행해 국제 사회로부터 소외됐던 탈레반은 현재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과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비흘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미군이 떠난 카불 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탈레반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와 교류하며 국제 사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 조처를 완화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이 1일,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주요 통로를 개방하는 등 일련의 완화 조처를 단행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문제를 다루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기관 ‘COGAT’는 성명을 내고, 케렘 샬롬 검문소를 개방해 건축자재 반입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동안은 가자지구로 건축자재가 들어가지 못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땅굴을 만드는 등 테러 용도로 건축자재를 이용할 우려 가 있다며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은 특히 지난 5월 양측간의 무력 충돌 후, 식품 등 소비재 중에서도 하마스의 무장에 쓰일 것으로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건축자재 반입을 허용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당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상당 부분이 폐허가 됐는데요. 복구 작업을 위해서는 건축자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COGAT는 이번 조처는 역내 안보 상황에 달렸다며 단서를 달았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또 어떤 완화 조처를 내놨습니까?
기자) 네. 가자지구 어민들이 어업할 수 있는 구역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가자지구로 연결되는 물 공급량을 늘리고, 이스라엘로 들어가 장사할 수 있는 가자지구 주민의 수도 늘릴 거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가자지구 분리 장벽 근처에서 무력시위가 자주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이스라엘이 지난 5월 충돌 후, 국제 사회의 원조 자금을 통제하고 물품 반입을 제한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는데요. 이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분리 장벽 근처에서는 연일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연일 이스라엘 쪽으로 방화 풍선을 날려 보내고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로켓 공습을 단행하며 대치했습니다.
진행자)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가자지구에서 12세 소년과 하마스 대원 1명이 무력 충돌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 병사 1명도 지난 21일, 한 시위자가 쏜 총에 맞아 병원에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31일 숨졌습니다.
진행자) 최근 양측 간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 나온 긍정적인 조처로 볼 수 있겠군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에도 최근 모종의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죠?
기자) 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지난 29일 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 있는 동예루살렘 ‘라말라’를 전격 방문해 마무드 압바스 수반과 회동했습니다. 양측은 두 사람이 팔레스타인의 경제 활성화와 안보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확인했는데요. 지난주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의 워싱턴 방문 후 이스라엘이 잇따라 긍정적 조처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들의 신고를 의무화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해사국이 최근 발표한 규정인데요. 외국 선박이 중국 영해에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처는 9월 1일부터 발효됐습니다.
진행자) 새 규정은 구체적으로 어떤 외국 선박에 적용됩니까?
기자) 네. 해사국은 잠수정이나 핵 추진 선박, 방사성 물질이나 원유, 화학물질, 액화가스 같은 위험한 물질을 운반하는 선박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 법이나 규정이 기술한 해양 교통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배들은 선박 명, 콜사인, 현재 위치, 목적지, 그리고 목적지 도착 시간 등을 신고하라고 해사국은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중국 해사국은 규정을 위반하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국제법으로 영해를 어떻게 정의합니까?
기자) 네. 보통 해안선에서 최대 12nm 떨어진 해역까지를 말합니다. 하지만, 관련 유엔 협약은 큰 문제가 없으면 영해라도 외국 선박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몇몇 해역에서 다른 나라들과 영유권 분쟁 중인데요. 이런 분쟁 해역에도 새 규정이 적용되나요?
기자) 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문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 해역도 적용 대상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동중국해는 일본 이름으로 ‘센카쿠열도’가 있는 해역이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 이름으로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는데요. 중국은 이 해역에서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반면 남중국해 분쟁에는 더 많은 나라가 관련돼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영해로 전제하는 규정을 내놓은 것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새 규정은 두 해역이 중국 영해임을 다시 확인하고 이곳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과 영국, 호주 등 미국 동맹국들은 이런 중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들 나라는 주기적으로 분쟁 해역에 군함을 진입시키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