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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원, 북송 재일 한인 손해배상 재판에 김정은 출석 명령


북한 정부를 상대로 일본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오른쪽) 씨와 후쿠다 켄지 변호사가 다음 달 14일 열릴 재판에 앞서 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 정부를 상대로 일본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오른쪽) 씨와 후쿠다 켄지 변호사가 다음 달 14일 열릴 재판에 앞서 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법원이 다음 달 열리는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법정 출석을 명령했습니다. 원고 측은 김 위원장이 출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지만 재판을 통해 북한 정권의 책임을 규명하는 작업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부를 상대로 일본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와 변호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다음 달 14일 열릴 재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법정 출석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소가 지난 8월 게시판을 통해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에게 법정 출석을 명령한 것으로, 원고 측 후쿠다 켄지 변호사는 해외 지도자에 대해 면책 특권을 적용하지 않은 매우 드문 소환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원고 측은 김 위원장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 과정과 판결 등에 대한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송은 북한 정권의 조직적인 선전에 속에 북한으로 갔다가 탈출해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 한인 피해자와 가족 5명이 지난 2018년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3년 만에 처음 재판이 열리는 겁니다.

이들은 북한 정부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속여 재일 한인 가족을 귀국하도록 유인한 뒤 굶주리게 했을 뿐 아니라 신분 차별, 이동의 자유 제한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까지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으로 1인당 1억엔, 미화 90만 달러를 청구했습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올해 79살의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8일 VOA에, 재일 한인 피해 관련 첫 재판이 열린다는 사실에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요즘 계속 흥분돼 있어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이제는 정말 성사됐구나 하는 감회가 깊어요. 10월 재판이 이제 시작이에요. 앞으로 많은 일이 전개돼야 할 겁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을 믿고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이 25년간 9만 3천 340명이며, 이 가운데 1천 831명에 달하는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와사키 씨는 당시 북한 당국의 선전 대부분이 거짓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세금이 없는 나라다, 의료 등 치료 비용이 필요 없는 나라다, 교육이 공짜다,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다, 자기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 주택은 거저나 다름없는 싼값으로 제공한다, 우선적으로 평등하다. 일본처럼 차별 대우를 절대 받지 않는다. 이런 등등으로 재일 동포들 앞에 지상낙원의 그림을 그려 보였죠.”

17살이었던 1960년에 홀로 북송선에 올랐던 가와사키 씨는 43년을 북한에서 살다 2003년 탈북해 이듬해 일본에 정착한 뒤 북한 정권의 만행을 알리기 위한 국제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자신의 수기 등을 담은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와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 등은 앞서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재일 한인 북송사업이 거대한 조직적 기획을 통해 이뤄진 ‘강제이주’이자 ‘노예 거래’였다며 유엔이 조사와 책임 추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가와사키 씨는 배상 액수보다 이번 재판을 통해 북한 내 책임자들에게 실질적인 법적 처벌이 내려져 김씨 독재 정권에 대한 책임 규명이 본격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인권을 무시하고 사람의 자유를 짓밟은 대상은 개인이든 국가든 법으로 처벌돼야 한다고 믿어요. 1억 엔의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 재판을 통해서 아무리 막강한 권력자나 독재자라 할지라도 법에 따라서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자는 겁니다.”

이번 재판 승리를 통해 “북한의 김씨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의 소송이 확산돼 김정은을 국제 심판대에 세우고 정의를 바로 세우며,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회복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란 겁니다.

가와사키 씨는 다음 달 14일 재판에서 변호인단과 원고 5명이 모두 변론한 뒤 일본의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 전에 최종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라며, 증거가 많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원고 측 후쿠다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재판에 출석하거나 배상금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향후 일본과 북한의 협상이 재개됐을 때 이 사안도 포함돼 책임 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후쿠다 변호사] “일본어”

한편 가와사키 씨는 일본 정부도 재일 한인 북송사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재판에서 승리한 뒤 북한에 남아 있는 피해자 가족과 후손들을 구하기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구제법 촉구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도 재일 한인 북송 사업이 일본적십자사의 지원 속에 이뤄졌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도 책임을 갖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휴먼 라이츠 워치는 앞서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와 후손의 송환을 북한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가와사키 씨는 이번 소송을 일본 주요 언론들도 관심 있게 보도했다며, 일본 정부가 납북자 사안뿐 아니라 재일 한인 북송 피해자들의 구제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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