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탈북민 유튜버들이 한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북한의 추석 풍습을 소개하며 남북한 문화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오랜 분단으로 달라진 서로의 문화적 괴리감을 줄이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 북한군사정치연구소TV] “남북한의 추석 명절을 좀 비교해 보니까 저희 아빠가 다른 점을 좀 찾으셨다고 합니다….남북한의 추석이 왜 다를까? 민속적이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어떻게 75년 넘게 분단이 되어 있으면서 좀 달라져 있는지 이런 것들을 조금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정명운 씨는 남북한의 판이하게 다른 추석 풍습 중 하나가 ‘벌초’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북한군사정치연구소TV] “남한이 북한하고 다른 점은 추석 전에 가서 벌초를 하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시간이 없는 걸 핑계로 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보름 전에 (벌초를) 가더라고. 근데 북한은 당일날에 다 갑니다.”
딸인 정유나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유나TV’를 통해 탈북민 친구 한서희 씨와 추석 연휴의 남북한 교통 풍경과 가족이 모여 겪는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녹취: 정유나TV] “(북한은) 사실 기차라든가 먹을 게 좀 부족해서 친척 간에 (못 가죠) 부모님한테도 못가잖아요. 근데 대한민국은 명절이면 꼭 가잖아요. 풍습이. 가다 보면 부모가 오랜만에 반가운 마음에 아들이 언제 장가가는지, 딸은 언제 시집가는지…북한에서는 그런 말 잘 안 했던 것 같아요. 비교는 했죠…여기 오니까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그런 것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1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 내 탈북민 유튜버 중 다수가 추석 명절을 맞아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남북한의 추석 풍습을 자세히 비교하고 자신이 한국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이나 차이 등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양나라 TV] “한국에 처음에 왔을 때 정말 당황했어요. 왜냐하면 추석에 북한처럼 뭘 이고 지고 산에 올라가던 사람들이 없었어요. 왠지 알아요? 자가용이 있잖아요. 차에 다 싣고 다니더라고요. 북한에는 차가 거의 없으니까 큰 대야에다 다 이고 다녔거든요.”
탈북민 하율 씨가 운영하는 ‘북서온걸’은 남북한의 추석 연휴 기간의 차이 등을 설명합니다.
[녹취: 북서온걸 TV] “북한에서는 추석 연휴가 하루를 휴식합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날짜는 똑같고요. 한국에서는 추석 전날 추석날 추석 다음 날까지 3일을 휴식하잖아요. 북한에서는 하루밖에 딱 추석 당일 밖에 휴식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직장에 출근해서 퇴근해서 정말 시간을 쪼개서 시장에 가서 장을 봐서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준비하거든요.”
‘방울 인터뷰TV’를 운영하는 한유미 씨는 추석을 기다리는 남북한 사람들의 심정을 비교하며 자신도 연휴를 고대하는 한국인들의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한유미 씨] “여기서 추석을 기다리는 게 음식을 맛있는 거 먹기 위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빨간 날이 끼어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쉬고 휴식하고 여행 다니고 싶고 그래서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추석 분위기라든가 풍경이 남북한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한국에 적응해서 추석이면…이렇게 빨간날이 있어 막 쉬네! 이런 생각 할 때면 야! 한유미 진짜 자본주의 물이 많이 들었구나. 이제는 적응 많이 했구나!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많은 탈북민 유튜버들은 특히 ‘민족 대이동’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인파와 차량의 이동을 설명하면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북한과 자세히 비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국토교통부는 22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 동안 하루 평균 538만 명이 이동하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472만대, 이번 추석 특별교통대책기간에 이동 인원은 3천 22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탈북민 유튜버들은 이런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전보다 거의 20%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란 점을 설명하며, 남북한의 경제 격차와도 연결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밖에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세배 등 다양한 각도에서 남북한의 추석 문화를 비교하는 영상들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동료 탈북민과 영어 방송도 개시한 자강도 출신 정유나 씨는 20일 VOA에, 이런 탈북민들의 유튜브 채널이 남북한 주민들의 괴리감을 많이 없앨 뿐 아니라 한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지구촌 주민들이 북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유나 씨] “북과 남을 다 경험한 사람들이 문화적 갭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추석뿐 아니라 설이 됐든 여러 민속 명절을 비교하는 게 북한 출신 유튜버로서 필요하다는 생각했어요.”
정 씨는 특히 북한 전문가들이 이론으로 배운 북한과 탈북민들이 직접 북한 주민들의 삶을 설명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북한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유나 씨] “예전에는 북한 하면 핵에 더 집중하고 김정은에 더 집중하고 독재정권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북한 주민들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비교가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분단이 되어 있으면서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이런 것을 느끼게 되시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아 그렇구나! 공감하기도 하고 그런 차원에서 보시는 것 같아요.”
탈북민 등 북한 주민들의 삶에 관한 논문과 자료들을 자주 발표하는 한국 이화여대 김석향 교수는 20일 VOA에, “전반적으로 탈북민 유튜버들이 증가할수록 북한 주민들의 삶을 정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일부 탈북민들의 과장이 불편을 줄 때도 있었지만, “탈북민 유튜버들이 많아지고 서로 경쟁할수록 스스로 절제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면서 방송의 품격도 높아지기 때문에 탈북민 자신에게나 시청자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녹취: 김석향 교수] “일단 이들이 변한다! 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노력한다! 이게 좋은 겁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거기 자막을 넣을 때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생각한다는 거죠. 한 번에 큰 효과를 내지 않아도 아,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구나! 왜냐하면 조회 수를 높여야 하니까요. 그런 것을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인들뿐 아니라 북한에서 한국 내 탈북민이나 탈북민 가족 감시를 위해 탈북민 유튜버들의 방송을 합법적으로 시청하는 보위부 요원과 해외 파견 북한 인력에도 이런 남북한 문화를 비교하는 탈북민들의 유튜브 방송이 사고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