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내 탈북민들에게 무료 영어교육을 제공하고 법률·보건 지원을 해주는 미국의 탈북민 지원단체가 있습니다. 한인 대학생 5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각지에서 대학생 20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2018년 북한을 탈출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20대 탈북 여성 이수진(가명) 씨는 1주일에 두 차례 화상으로 미국 대학생에게 영어를 배웁니다.
[효과음] “Hello~. Thank you so much for joining our educational program…”
같은 또래에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배울 수 있고 수업료가 없는 게 큰 장점입니다.
또 학생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특별하다고 수진 씨는 말합니다.
[녹취: 탈북민 학생] “북한에서 제가 공부했을 때는 선생님이 학생을 선택하지 학생이 선생님을 선택하지 않잖아요. 튜터가 두 분인데 제가 간호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하니까 지금 그 전공을 하는 선생님을 딱 찾아주셨어요.”
수진 씨가 혜택을 보고 있는 이 ‘온라인 1대1 영어강습’은 미국의 탈북민 지원단체 ‘오로라 NK(Aurora NK)’의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한인 대학생이 주축이 돼 만든 ‘오로라 NK’는 미국과 한국, 영국, 호주, 인도 출신의 대학생 약 230명이 봉사자 등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250여 명에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단체 이름에는 어두운 하늘을 비추는 오로라처럼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에게 환한 길을 비춰주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포부가 담겼습니다.
올해 1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법인등록을 마쳤고 지금은 비영리단체 등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미 서부 남가주대학(USC)과 캘리포니아 주립 로스앤젤레스대학(UCLA)에 재학 중인 학생 5명이 전부였습니다. 오로라 NK의 이우리 대표입니다.
[녹취: 이우리 대표] “제가 알고 지내던 탈북민이 영어를 좀 가르쳐 달라고 해서 시작했다가 다른 친구까지 5명이 하게 됐어요. ‘너무 좋은 프로그램 같다. 다른 탈북민 친구들도 소개해주고 싶다’ 그래서 봉사자들을 더 구해보자.”
이우리 대표는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여파로 적지 않은 탈북민 지원단체가 활동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 좀 더 틀을 갖춘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다른 영어권 국가 대학에 이메일을 보내 영어 교사로 최소 3개월 이상 봉사할 수 있는 학생들을 모았고, 지금은 탈북민 150여 명에게 화상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어교육 등을 통해 탈북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에게 법률과 보건 등 전문 분야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 영역을 점차 확대했습니다. 오로라 NK의 제이 리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 제이 리 사무국장] “We were actually talking a lot with people that have worked with North Korean refugees. And we recognize that healthcare and Legal Aid were also some of the areas that they needed help with that we saw that we can make a difference for them.”
하지만 자원봉사로 참여할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우리 대표] “저희가 펀딩을 받은 것도 없고 다 봉사로 이뤄지다 보니까 전문적인 인력, 예를 들어서 변호사 단체나 변호사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도와줄 수 있느냐’ 정말 많은 곳에 물어보고…”
오로라 NK는 현재 저소득 이민자를 지원하는 미국 시민단체 ‘Pars Equality Center’와 비영리 인권단체 ‘AHRI’ 소속 변호사의 도움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이나 미국 이주를 원하는 탈북민들에게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문화센터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마음숲’을 통해 탈북민에게 심리치유와 교육, 심리상담사 취득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우리 대표] “저희들이 특별히 정신건강에 집중했던 이유는 탈북민들과 가까워지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다들 상상 못 할 정도로 마음 아픈 사연과 경험들이 많더라고요.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오로라 NK는 이달 말에는 한국의 비영리 의료단체인 ‘프리메드’의 지원으로 탈북자들의 정신건강, 만성질환, 치아보건 지원 무료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로라 NK 활동을 자문하고 있는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엄미영 교수는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국경 폐쇄로 탈북민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이런 지원활동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미영 교수] “In a response to the COVID crisis, because the border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has been completely closed. It's been very difficult for North Koreans to escape…But this is a very important time it's a great time to focus on those who have already escaped in are living in either South Korea or the United States…”
신규 탈북민이 많이 줄어든 만큼 기존 탈북자들의 사회적응과 지원에 더 많은 재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엄미영 교수는 이 단체가 탈북민의 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 요소인 교육·법률·보건 지원에 집중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대학생은 물론 여러 나라 대학생들이 협업하는 구조라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단체 규모가 커지고 활동 분야가 전문화되는 상황에서 단체의 주축을 이루는 자원봉사자 대학생들이 지원활동과 학업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과제라고, 제이 리 사무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제이 리 사무국장] “One of the challenges right now is that since the organization become more kind of larger, more professional, more organized and our, our volunteers are college students. We have a little bit of an issue with, you know people trying to balance their work and their studies…”
이우리 대표는 오로라 NK의 목표는 일시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해당 분야 국제기구와 협력하면서 탈북민 관련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로라 NK는 자체 홈페이지(https://www.aurorank.org/)와 이메일(aurora.nk.la@gmail.com)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와 지원을 원하는 탈북민의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