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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김정은 의식주 해결 연설, 대외적으로 제재 해제 촉구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창건 기념 연설에서 앞으로 5년 내에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연설에서 앞으로 5년 안에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을 구체적으로 겨냥한 메시지는 없었고, 핵이나 미사일 관련 언급도 없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11일 VOA에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을 통해 현재 경제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내외적으로 전략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 is definitely the toughest time since he’s been in power. He’s got the Covid situation, which has led to a self-imposed lockdown, he’s got natural disasters, he’s got sanctions and it’s very difficult to really run the economy with all of these constraints. And so he is sending the internal message that I’m doing everything I can to tr to help the N Korean people.”

고스 국장은 현재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와 자연재해, 제재 등을 모두 직면하면서 경제를 운영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주민들을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접적 대외 메시지, 제재 해제 촉구”

또한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내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One way you can show us that your policy has changed from being hostile to being engagement would be to lift sanctions. I think that’s the unstated message there when he focuses on the economy.”

“김 위원장이 경제에 집중할 때 대외적으로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는 ‘제재를 해제해야 적대정책이 관여정책으로 바뀐 것을 알겠다’라는 점”이라며 국제사회가 이 점을 잊지 않도록 북한이 계속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11일 VOA에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에 보내는)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지만 강력한 간접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think reading between the lines, he is still blaming everything on external factors, whether it’s Covid, whether it’s natural disasters, and most importantly sanctions by the U.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 think he’s trying to set the conditions to be able to make the demand for sanctions relief in return for talks.”

맥스웰 연구원은 “행간을 읽으면 김정은이 아직도 모든 것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코로나, 자연재해,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탓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대화에 참여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11일 VOA에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북한의 성명들은 물론 국내적, 대외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He doesn’t necessarily have to mention sanctions, he doesn’t necessarily have to mention the U.S. or Korea to basically get our attention vis-à-vis the sanctions, vis-à-vis the food situation. He knows that we are keeping a close eye on what’s going on inside the country, especially now because of the Covid-19. So I would agree with the others that this is a way for him to signal to Washington and to Seoul and elsewhere that they need sanctions relief. But he doesn’t have to say it explicitly, I think circumstances kind of point to that.”

김 연구원은 “김정은은 제재나 미국,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미국과 한국이 특히 코로나 시대의 북한 내부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연설은 미국과 한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신호”라며, “김정은은 그 말을 대놓고 하지 않아도 전달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또 이번 연설이 “김정은이 국내 상황을 정리하고 통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사상’을 언급한 것도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것은 김정은이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김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최악의 경제난 시인... 무역 여전히 미미한 수준”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1일 VOA에 올해 김 위원장이 집권 이래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며 “이번 연설에서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사상초유의 난관이 겹싸였다’, ‘엄혹한 정세’ 등을 언급하며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시인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경제성장의 동력인 무역과 시장 활동의 위축을 최악의 경제난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2017년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 국경 봉쇄가 겹치면서 북한의 무역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이 2천87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브라운 교수는 “그 액수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라며 “극도로 낮은 수준에서 조금 올랐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중 국경을 다시 연다고 해서 북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북한 경제가 너무나 집단적이고 심각한 국가 통제 하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don’t see anything in what he’s been saying is a new policy line... He’s sort of thinking we have a need to have a better plan but what is the plan? That’s what should be the question. OK you have a five-year plan, what is the plan?”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에서 “정책 방향과 관련해 아무런 새로운 것을 보지 못했다”며 “더 좋은 경제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그 계획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10년 전 집권 초기에 공장과 농장, 기업에 자유를 주며 탈중앙화를 추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사유화를 추진해야 경제적 난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표한 5개년 계획들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최근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내 심화되는 경제난과 민생 악화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장기적이고 엄격한 코로나 대응 조치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일반 주민들 사이에 인권 침해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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