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습니다. 트럼프 정부 당시 탈퇴한 지 3년 만입니다.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앞으로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1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 가운데 18개국을 새로 뽑는 비공개 투표에서 미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68개국의 찬성표를 받았습니다.
[녹취: 의장] “United States of America 168. The following 18 states have just been elected members of the Human Rights Council for a three-year term of office beginning on January 2022.”
이날 본회의 의장은 “후보로 나선 18개 나라가 모두 이사국으로 선출됐으며 2022년 1월부터 3년 임기가 시작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의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합니다.
이날 미국 외에 아프리카 5개 나라, 아시아태평양 5개 나라, 동유럽 2개 나라, 남미 3개 나라, 서유럽 2개 나라가 선출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지리적 대표성을 반영해 지역별로 선출됩니다.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이사국 선출 사실을 발표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이자 평화와 안정의 필수 초석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The President and Secretary Blinken have put democracy and human rights essential cornerstones of peace and stability at the center of our foreign policy.”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이사국 지위를 활용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세계인권선언의 핵심적인 인권 원칙에 새롭게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도 성명에서 “미국은 인권이사회가 가장 높은 인권 수준을 지키고 전 세계의 불의와 압제에 맞서는 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권이사회는 잔학행위를 기록해 인권 유린을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각국이 인권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사회 내 미국 영향력 커질 것”... “북한 인권문제 적극 제기”
미국 정부에서 인권을 담당하던 전직 관리들은 미국의 이사국 선출을 환영하면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논의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4일 VOA에 “미국이 이사국으로 선출돼 관련 논의에 전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집중도,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UN Human Rights Council has played a particularly important role in terms of pressuring N Korea on its human rights record. North Korea has been one of the primary focuses of the Human Rights Council attention because of the egregiousness of N Korea’s human rights record.”
킹 전 특사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압박하는데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북한은 지독한 인권 실태 때문에 인권이사회가 제일 관심을 쏟는 나라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을 압박하는데 있어 미국 혼자 발언하는 것보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큰 무게감을 갖는다며, 미국이 앞으로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4일 VOA에이사국 선출로 인권이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라며, 과거에도 미국은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 U.S. has played a leadership role in the past. So it will now have expanded participation and expanded influence. And the U.S. has in the past made statements at the Human Rights Council about human rights in North Korea, rather detailed statements. It really has no other place to be expressing these views than at a multilateral forum.”
코헨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과거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성명들을 발표했었다”며 “다자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은 인권이사회가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과거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북한 방문, 북한과 국제사회의 인권 대화를 지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제 이사국으로서 이런 활동들을 펼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의 영향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규합하는 활동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정부, 2018년 인권이사회 탈퇴
앞서 트럼프 정부 때인 2018년 6월 미국은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편견을 보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개혁을 외면한다면서 탈퇴했습니다.
미국은 당시 일부 인권이사국들의 자격도 문제 삼았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인 2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당시 성명에서 미국의 탈퇴가 의미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지도력의 공백을 초래해 권위주의적 의제를 가진 나라들에 유리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인권이사회에 대해 미국이 여전히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과잉 관심에 적극 반대할 것이며, 지독한 인권 기록을 가진 나라들의 이사국 선출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