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북한을 결핵 고위험국으로 다시 지정했습니다. 미국의 구호단체는 장기화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북한 내 결핵환자 약 10만 명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을 30개 결핵 고위험국 가운데 하나로 재지정했습니다.
WHO는 14일 공개한 ‘2021 세계 결핵 보고서’에서 북한을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 모두에서 고위험국으로 분류했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결핵환자 수는 전년도 보다 3천 명 증가한 13만 5천 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523명이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결핵 관련 보고는 총 9만 8천 369 건으로, 이 가운데 신규와 재발 사례가 8만 9천 640 건이었습니다. 또 지난해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16%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 다제내성 결핵 확진자는 1천 902명이고,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640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북한 내 결핵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61%, 여성이 34%였고, 연령 별로는 45세에서 54세 남성이 가장 많았고 이어 35세에서 44세, 25세에서 34세 사이 남성 순이었습니다.
북한 내 결핵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영양실조가 꼽혔습니다.
전체 환자 가운데 7만 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었고, 약 2만명이 흡연을 해 또 다른 위협에 노출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과도한 음주와 비만도 결핵환자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결핵 퇴치 예산을 지난해 보다 200만 달러 줄어든 4천700만 달러로 책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원이 18%, 국내 조달이 13%로 부족분은 69%였습니다.
한편,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결핵 검사와 치료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세계 결핵 확진자 수는 580만 명으로 2019년의 710만 명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전 세계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9년의 120만 명에서 130만 명 정도로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결핵은 제때 치료 받으면 완치 확률이 높지만 신종 코로나 여파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면 감염과 사망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장기화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가 결핵 감염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미국의 한 구호단체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20년 넘게 결핵 퇴치사업을 벌여온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약품이 떨어져 결핵 치료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호단체] “And, of course, by now probably in the range of 75,000-100,000+ patients who are not on treatment and who remain contagious.”
이 관계자는 북한 내 영양실조 인구와 취약계층의 규모 등을확인할 길이 없는 가운데, 약품이 없고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핵환자 가운데 7만 5천 명에서 많게는 10만여 명이 치료를 중단한 채 감염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북한 반입 물품 가운데 결핵 관련 의약품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호단체] "While some TB medicines/support may have been very recently delivered in the Unicef/WHO shipments that finally got through (details are sketchy in those reports),those shipmentslikely don't come anywhere close to addressing the full range of program needs.”
이 관계자는 결핵환자에게 필수적인 의약품과 영양식 등이 북한에 지원돼야 한다면서, 국경이 재개되면 바로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