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대외적으로 적극 표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실질적으로 취약한 북한이 ‘정상국가’의 면모를 보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오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 COP26이 열립니다.
이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관련 국제기구와 민간단체 관계자 등 약 2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북한도 COP26 공식 플랫폼 행사에 대표단(Party Delegate) 등록을 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관심 주제에 대해 '역량 구축', '기후 금융', '적응·회복력·재난위험 축소·손실·피해', '대양', '과학·연구' 등을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기후변화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교적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1994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했고, 2005년 4월 교토의정서,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도 가입했습니다.
2017년 6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자기만 잘 살겠다는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9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COP25에는 국토환경보호성 국장급이 대표로 참석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12월 ‘외면할 수 없는 기후변화 문제’라는 논평에서 "모든 나라는 눈 앞의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우며 기후변화를 외면하지 말고 국제적인 협력과 협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공개적으로 지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9월 초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세계적으로 재해성 기상 현상이 우심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그 위험이 닥쳐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뭄과 홍수 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인 중심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은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특히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근래에 홍수와 가뭄 등을 겪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North Korea is especially vulnerable to natural disasters. They've been experiencing a lot of flooding and lot of droughts in recent years That may make them quite sensitive to it… North Korea has been engaged on a non-political non security issues”
토콜라 부소장은 북한이 산림 복구 관련 국제회의나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에 참여하는 등 정치·안보와 무관한 분야에는 관여하는 편이라며, 이는 북한과 국제사회 모두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한 북한의 취약성은 자주 지적돼 왔습니다.
미 국가정보국은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정보 판단서’에서 북한 등 11개 나라를 기후변화 대응 취약 우려국으로 분류했습니다.
국가정보국은 특히 북한에 대해 “열약한 사회기반시설과 자원관리가 홍수와 가뭄에 대응할 능력을 약화시키고 만성적 식량 부족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7월 ‘북한의 중첩되는 위기: 안보, 안정과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민간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략위기협회 캐서린 딜 선임연구원은 앞서 VOA에, 기후변화가 식량난 등 북한의 고질적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정권과 사회의 불안정에 미칠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AN) 국장은 북한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데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적인 공동 현안과 관련해 외부 세계와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상국가’의 면모를 내보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North Korea wants to show itself as a normalized country. The world is pretty much on the same page that climate change is a national security issue…North Korea probably think that it does open up the potential for engagement with countries like the United States…”
기후변화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세계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북한은 이 문제가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의 관여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1인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세계 130위, 국가별 배출량은 67위로 비교적 낮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