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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유럽 순방서 '더 나은 세계 재건' 강조…한반도 관련 주목할 만한 소식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닷새 일정의 유럽 순방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등과 관련해 동맹과 파트너들의 협력을 결집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소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유럽 순방의 마지막 날인 2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만 네 차례의 공개 연설을 했습니다.

먼저, 영국 글래스코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산림과 토지 사용 행동(Action on Forests and Land-Use)’ 행사에서 전 세계 산림을 보존하고 토지 관리를 향상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연 9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모토인 ‘Build Back Better(더 나은 재건)’를 딴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회의를 주재하며 ‘지속 가능하고 깨끗하며 회복력 있는 인프라 건설’을 강조했습니다.

B3W 구상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이 개발도상국 등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의 인프라 구상인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가 여전히 결과를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식에서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Being transparent about how we’re financing our projects, we offer positive alternatives to debt — to debt traps and corruption.We can hold entire countries back if we don’t do that.Transparency is critically important.”

이날 회의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이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가스 배출 감축’ 행사에서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들이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 규모를 30% 줄이자는 서약에 동참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청정 기술 혁신과 발전 가속화’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저탄소 제품과 청정에너지 사용을 독려하는 ‘선도자 연대(The First Movers Coalition)’ 프로젝트의 진전 상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올해 4월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첫날 연설에서도 전임 트럼프 정부의 협약 탈퇴로 국제사회의 대응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대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And I guess I shouldn’t apologize, but I do apologize for the fact the United States, in the last administration, pulled out of the Paris Accords and put us sort of behind the eight ball a little bit.”

지난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백신 보급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세계 공급망 안정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G20 정상들이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 목표 시한을 2050년으로 명시할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정상들은 다만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습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비대면 방식으로만 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탄소중립 시한을 10년 늦춰 2060년으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이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회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를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ith regard to the disappointment: The disappointment relates to the fact that Russia and — and — and including not only Russia, but China, basically didn’t show up in terms of any commitments to deal with climate change.And there’s a reason why people should be disappointed in that.I found it disappointing myself.”

중국과 러시아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약속에 나서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실망할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자신 역시 실망했다는 것입니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 백신 보급과 관련해선 올해 전 세계 인구의 40%, 내년 중반까지 70%까지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개별적인 대외 현안으로는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로마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이란 핵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국 정상들과 함께 “외교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공동의 신념을 재확인하고 이란이 선의와 함께 진지한 협상에 복귀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ogether with Prime Minister Johnson and Merkel and Macron — President Macron, we came together to reiterate our shared belief that diplomacy — diplomacy is the best way to prevent Iran from gaining a nuclear weapon, and we discussed how best to encourage Iran to resume serious, good-faith negotiations.”

4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 6월 핵합의 복원 회담이 중단된 뒤 고농도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는 등의 이란의 도발적인 핵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핵 협상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이것이 상황 악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한 JCPOA 복원을 위해 유럽의 서명국을 통해 이란과 간접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6월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올해 8월 출범한 이란의 새 정부는 이달 말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주목할 만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2~3분’ 정도 조우했지만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의미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이 31일 로마에서 회동하고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해 21세기 국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파트너십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밝혔습니다.

한편 파리기후협약 서명국인 북한도 이번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최일 대사는 1일 각국 정상들의 연설이 진행된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미국이나 한국 측과 접촉할 계획이 있으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고 한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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