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사회적 특징과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는 4일 ‘무엇이 훌륭한 한국 분석가를 만드는가(What makes a great Korea analyst)’를 주제로 오랫동안 북한 등 한반도 문제를 관찰해온 미국의 전문가들과 화상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미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국장은 한국과 북한을 잘 분석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 모두 (발언과 행동 등에서) 맥락이 매우 중요하며 공동체 지향적인 사회라는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타이더] “You have to remember that both of these societies are very high context societies and very community oriented… so what I recommend is, learn about the speaker, know who is speaking… the North Korean delegation is speaking to people who are not in the room.”
말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그런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이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등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북 간 외교 접촉에서 북한 대표단은 “회의장에 없는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는 것을 잘 알려진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또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면서, “무엇이 일관되고 무엇이 기존 패턴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특정 이슈와 관련된 개별 사건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관찰자로서의 도전으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오래된 것을 꼽았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s a challenge for me because I had a direct experience with North Korea that is essentially out of date…why how corrupt is North Korea? How can you answer it? we really don't have the tools by which to directly answer a question…”
1990년대와 2천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으며, ‘사회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알더라도 외부에서 정확한 실상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특히 ‘북한이 왜, 얼마나 부패했나’라는 질문은 북한 제도의 지속성과 정치적 충성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질문이지만 “그런 질문에 즉답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 북한 담당관을 지낸 애틀랜틱카운슬의 마커스 갈로스카스 선임연구원은 ‘북한 분석가’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로스카스 연구원] “I think one of the pitfalls is the idea, this paradigm of there being such a thing as a North Korea analysts. I think there are analysts of North Korean weapons systems. I think there are nuclear analysts who specialize in North Korea. I think the pitfall of thinking that you can know everything about North Korea.”
북한의 무기 체계 전문가, 혹은 북한에 전문성이 있는 핵 분석가 등 특정 분야의 분석가가 있지만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로스카스 연구원은 “아주 작은 증거로 너무 큰 확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을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조지타운 대학에서 북한 관련 강의를 하는 칼로스카스 연구원은 “북한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분석가를 양성하면서 이들이 팀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훈련하려 한다”면서, 북한 관련 분석에서 각각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분석가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북한 분석관으로 일한 스팀슨센터의 이민영(레이첼 민영 리) 객원연구원은 북한 정부의 성명이나 관영 매체의 보도 등을 분석할 때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했습니다.
[녹취: 이민영 연구원] “The first element is level and this refers to the authoritativeness of official statement or media vehicle. So the level of message reflects the degree of regime commitment, meaning how seriously Konya wants external observers to consider the message… The second element is audience and this refers to the intended recipient…”
첫째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급’으로, 이는 메시지에 대한 북한 정권의 ‘전념’ 정도를 보여주며 외부 관찰자들이 해당 메시지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기 원하는지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청중’으로 북한은 ‘내부용’ 혹은 ‘외부용’에 따라, 또 ‘정책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메시지 발신 채널을 달리한다면서, 지난 7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을 대외 매체에서만 보도한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시점’입니다. 특히 북한이 대외적으로 반응하는 속도는 그 사안에 대한 민감성 정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 어떤 형용사와 동시를 썼는지, 조건 형태의 문장인지 등 메시지의 ‘어조’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 밖에 메시지의 맥락, 사안에 대해 지속되는 패턴, 내부적, 외부적 상황 등 ‘다른 모든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